▲ 사형제도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 변론이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렸다. 사진=뉴시스
▲ 사형제도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 변론이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렸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철준 기자 | 헌법재판소가 12년 만에 사형제도의 존치 여부를 두고 공개변론을 진행한 가운데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석태·이은애·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등이 과거 사형제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어, 헌재의 결정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41조 제1호와 형법 제250조 제2항 중 ‘사형’ 부분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판 대상으로 삼고, 사형제도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지 여부 및 생명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는 공개변론을 열었다.
 
앞서 헌재는 1996년 살인죄의 법정형을 사형으로 규정한 형법 250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7(합헌)대2(위헌)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으며, 이후 2010년 형법 41조 1호와 관련해 5(합헌)대4(위헌)의견으로 다시 한번 합헌을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청구인인 윤모 씨 측은 사형제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 측은 “생명은 절대적 가치라서 법적 평가를 통해 반가치판단을 하거나 박탈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라며 “생명권은 인간의 존엄과 더불어 보호영역과 본질적 내용이 일치하는 기본권으로, 생명 박탈은 곧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은 사형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에도 의문을 표했다.
 
청구인 측은 “사형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일치된 과학적 연구결과가 없다”며 “사형은 당하는 당사자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오로지 다른 사람의 범행 방지라는 일반 예방이나 사회방위만을 지향하는 형벌이라는 점, 교화를 통해 이성이 일부라도 회복된 안정된 상태의 범죄인에 대해 집행된다는 점에서 인간을 사회방위의 수단으로만 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청구인 측은 헌법이 사형제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청구인 측은 “헌법 제110조 제4항은 사형이 헌법상 명문의 근거 없이 법룰에 의해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던 현실에서 그 운용과정에서 비롯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헌법제정·개정권력의 진지한 고민이나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신설된 조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헌법 제110조 제4항은 비상계엄 하의 군사법원이 군인․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사형을 근거지울 수 있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7대 종단 지도자들도 공동의견서를 통해 청구인의 의견에 동조하며 사형제 폐지 의견을 제출했다.
 
7대 종단 지도자들은 공동 의견서에서 “범죄를 저질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이들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으니 죽어 마땅하다며 참혹한 형벌로 똑같이 생명을 빼앗는 방식을 국가가 선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국가는 범죄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모순점을 해결해 범죄 발생 자체를 줄여나가는 예방 정책을 펼치고, 범죄 피해자들에 대힌 제도적 지원을 넓혀 나가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7대 종단 지도자들은 사형 제도의 폐지와 사형 집행의 영구적 중단을 위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들은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21대 국회까지 총 아홉 건의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단 한번도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며 “7대 종단 대표들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모든 사람의 평등한 존엄을 선언하며 사형 제도 폐지를 위한 위헌 결정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전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이번 재판의 이해관계자인 법무부는 사형제는 심리적 위하를 통해 범죄발생을 예방하고 공공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범죄에 대해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정의의 발로라는 입장을 견고히 했다.
 
법무부는 “우리나라 헌법은 적어도 문언의 해석상 사형제를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헌법 제110조 제4항이 사형을 반드시 존치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더라도, 헌법이 사형을 금지하여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형제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본능을 고려한 가장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 범죄예방기능이 크다”며 “인간의 생존본능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를 고려하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사형을 대체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특히 사형제도를 통한 생명의 박탈에 대해 법무부는 일반 국민의 생명권 박탈과 같게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법무부 측은 “사형제에 따른 생명의 박탈을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로 인하여 무고하게 살해당하였거나 살해당할 위험이 있는 일반 국민의 생명권 박탈이나 그 위험과 같게 볼 수 없다”며 “두 생명권이 충돌하게 되면 범죄행위로 인한 무고한 일반 국민의 생명권 박탙의 방지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한편,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윤모 씨는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8년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윤씨는 재판 도중 사형을 형별로 규정한 형법에 대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이후 윤씨는 2019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와 함께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고 3년여 만에 공개 변론이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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