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그간 최선 다했으나 역량의 한계 느껴”
부정적 여론 빗발쳐…정상위 “시간만 끄는 셈”

▲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 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수개월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조합과 시공 사업단 간 갈등의 폭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돌연 조합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둔촌 주공 재건축 조합을 이끌고 있는 김현철 조합장은 이달 17일 전 조합원들에게 조합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김 조합장은 “오로지 6000여 조합원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제 제 역량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현 조합 집행부가 모두 해임할 경우 조합 공백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돼 조합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이제 제가 결심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 사임과 자문위원 해촉을 계기로 사업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6000여 조합원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서 분담금과 입주 시기에 대한 전향적인 고려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둔촌 주공 재건축 사업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 주공 아파트를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 규모 ‘올림픽파크 포레온’과 부대시설을 짓는 국내 최대 규모 사업이다.

그러나 조합과 시공 사업단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올해 4월 15일 0시를 기해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갈등의 주된 원인은 공사비 증액을 꼽을 수 있다. 당초 둔촌 주공 재건축 공사비는 2016년 조합 총회에서 2조6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후 2019년 12월 총회, 한국부동산원(당시 한국감정원)의 두 차례 검증 등을 거쳐 2020년 6월 약 3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HUG 분양가 수용을 두고 내홍이 발생하면서 같은해 8월 조합 집행부가 조합원들로부터 해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21년 5월 들어선 새 조합 집행부는 2020년 6월 증액된 공사비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원의 검증 결과를 2019년12월 총회에서 공개하지 않는 등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공 사업단이 조합에 적법한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양측의 갈등은 급속도로 악화하기 시작했고, 결국 공사가 멈추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최근 서울시가 중재에 적극 나서면서 양측의 이견은 점차 좁혀지는 듯했다. 그러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한 상가 분쟁으로 인해 협상은 다시 난항에 빠진 상태다.
 
사업비 대출 문제도 발생했다. NH농협은행 등으로 구성된 대주단은 다음달 23일 만기 예정인 7000억원의 사업비 대출 연장에 대한 불가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 조합이 파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했다.
 
그러다 김 조합장은 이달 14일 “새로운 사업비 대출 상환 방법을 마련했다”며 “8000억원을 대출받기로 했다”고 조합원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대출 금리, 조건 등을 공개하지 않아 조합 내부에서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이 빗발쳤다.
 
장기화하는 공사 중단, 자금 출처 의문 등으로 둔촌 주공 재건축 사업에 대한 여론이 날로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조합장마저 자진 사퇴하면서 부정적인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에는 “조합장 자진 사퇴라니, 공사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든 조합장이 도망간 셈이다” “단물은 다 빨아 먹고 궁지에 몰리니 사퇴하네” “시공 사업단이 공사 중단을 예고했는데도 조합 집행부가 이기적으로 고집을 부려 이런 참사가 발생했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조합원들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둔촌 주공 재건축 조합원들 불쌍하다. 여기서 뜯기고, 저기서 뜯기고” “이제 조합원들 부담만 대폭 늘어나겠네” “입주 더 늦어지게 됐구나. 조합원들 힘들겠다” 등의 글을 게재했다.
 
한편 김 조합장의 사임 소식에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인 ‘둔촌 주공 조합 정상화위원회(정상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상위는 현 조합 집행부 해임을 위한 총회 개최를 발의한 상태다.
 
정상위 관계자는 “조합장 사퇴 발표는 조합원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방법인 ‘시간 끌기’ 방식이다”며 “조합장과 자문위원이 명목상 사라졌다고 해도 조합 집행부는 그대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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