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자료 사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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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김시온 기자 | 지난 겨울 꿀벌 78억 마리가 집단 폐사함에 따라 벌 수분 의존도가 높은 수박이나 딸기 농가에서 수분의 어려움을 겪고있다.

28일 <투데이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한국양봉협회 현황 조사에서 전국의 2만6673개 농가 중 4556개의 농가가 꿀벌 집단 폐사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를 입은 봉군은 약 41만7556 봉군으로, 이를 마릿수로 환산할시 약 78억 마리로 추산된다.

이번 피해는 전남에서 두드러지게 발생했다. 전남에서 일어난 꿀벌 피해 규모는 총 10만5894 봉군으로 전국의 43.2%를 차지했다. 이어 전북에서는 9만110 봉군으로 전체 피해의 31.4%에 이르렀으며, 광주와 대구가 그 뒤를 이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꿀벌 집단 폐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기생충 ‘응애’를 지목했다. 응애는 꿀벌에게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이다. 응애의 흡혈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와 응애를 잡기 위해 살포한 살충제 등이 꿀벌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 죽도록 했다는 것이 농진청의 분석이다.

또한 농진청은 응애 외에도 이상기온 현상을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9월과 10월 지속된 저온 현상으로 벌의 발육이 부진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11월과 12월에는 고온 현상이 발생해 개화기가 앞당겨졌다. 이에 상태가 좋지 못한 벌이 일찍 꽃가루 채취를 위해 활동에 나섰다가 꽃샘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폐사했다는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라 꿀벌의 주요 먹이인 아카시아나무의 분포 면적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꿀벌 감소에 큰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자료 사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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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통한 경제적 가치 6조 원에 이르러

이런 이유로 꿀벌을 통해 수분이 이뤄지는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20년 국립농업과학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박과 딸기, 토마토와 참외 등 총 27개 작물이 벌을 통한 수분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물별 벌 수분 의존도를 살펴보자면 딸기의 경우 100%로 가장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으며, 참외가 93.1%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외에 수박은 92.7%며 토마토는 84.5%로 나타났다.

이렇듯 다양한 작물이 벌에게 수분을 의존하고 있으며, 국내 학계에 따르면 꿀벌 수분을 통한 경제적 가치는 약 6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벌 수분이 어려운 상황에는 사람이 직접 붓이나 살포기를 이용해 꽃가루를 옮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노동력이 부족한 농촌의 특성상 일손을 구하기 쉽지 않으며 인건비 역시 많이 들어 벌 수분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개화 시기에 드론을 띄워 꽃가루를 뿌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방법은 벌을 이용할때 보다 착과율(열매가 열리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다.
 

꿀벌 폐사, 물가상승 연쇄효과로 이어지나 

꿀벌 폐사로 인해 수정 벌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딸기꽃이 필 무렵인 3월과 4월 꿀벌 임대료 가격이 크게 올랐다. 통상적으로 1통당 15만 원 하던 벌통이 1통당 약 20만 원 까지 폭등한 것이다.

이에 윤화현 한국양봉협회장은 "논산 같은 딸기 주산지에선 일찍부터 벌을 빌려야 하는데, 벌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4월 딸기의 출하량이 전년 대비 7% 감소함에 따라 가격은 전년 대비 12% 상승했다. 

이런 현상은 수박 농가에서도 일어났다. 꿀벌 구하기가 어려워 짐에 따라 수박 출하량은 4%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5월 기준 수박 가격은 전년 대비 38%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이경용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사는 "날씨가 흐리거나 온도가 낮으면 꿀벌의 활동성이 떨어지고, 꽃가루가 잘 터지지 않거나 꽃이 떨어져 버리기도 한다"면서 "꿀벌 임대료 상승, 이상기온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수박 출하량이 줄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꿀벌 외에도 세계 식량 작물의 71%가량이 곤충을 통해 화분 매개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분 역할을 맡은 곤충들이 사라지면 일반 농작물을 비롯해 사료 농작물에까지 영향을 끼침으로 가축 생산에까지 연쇄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평이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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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도 양봉 산업 살리기에 나섰다

정부는 최근 꿀벌 집단 폐사 사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신종 꿀벌 질병 진단과 제어 기술 개발 등 양봉 산업 연구 개발에 연간 74억원을 투입한다.

이와 관련해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양봉산물 기능성 소재 발굴 및 질병과 중독물질 노출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개발 등 기초 연구에 착수한다고 전했다. 또한 양봉 산물 성분, 생리 활성 플랫폼 구축, 산업적 활용에 필요한 원료 표준화 및 품질관리기준 설정 등 산업화도 지원한다.

이 외에도 정부는 공익직불제를 통해 양봉농가에 공익직불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공익직불금은 지난 2020년 4월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같은 해 5월 1일부터 시행된 제도로, 농업 활동을 통해 환경보전, 농촌공동체 유지, 식품안전 등의 공익기능을 증진하도록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 25일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꿀벌을 기르는 양봉산업의 공익적 가치가 크다는 판단하에 공익직불제 포함을 검토 중"이라며 "하반기 중 이를 위한 연구용역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재환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도 "양봉산업이 농업을 영위하는 데에 필수적인데 기후변화로 위기에 빠졌다는 경고가 나온다"며 "연구용역을 통해 공익적인 가치를 측정하고 어떻게 지원할지 기준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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