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유연탄 등 연료비 급등 탓

▲ 한국전력.
▲ 한국전력.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한국전력(한전)이 연료비 급등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14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상반기 매출액이 31조9921억원을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8조6848억원 대비 11.5% 증가한 수치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전력 판매량이 4%가량 늘어난 데다 전기요금 조정으로 판매 단가가 상승하면서 매출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큰 폭의 적자를 냈다. 올 상반기 한전의 영업손실은 14조30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873억원보다 무려 7536.6%나 확대된 것이다.

실적이 악화한 주된 이유는 연료비 폭등으로 인한 영업비용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올 상반기 한전의 영업비용은 46조2954억원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영업비용 중 발전 자회사가 구입한 연료비는 1년 전보다 86.3%(6조8239억원) 오른 14조7283억원이었다. 또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입하는 전력 구입비는 104.1%(9조6875억원)오른 18조9969억원에 달했다.

연료비와 전력 구입비가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유연탄 등의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지목된다. 올 상반기 기준 LNG 가격은 톤당 134만41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7만7700원과 비교해 132.7% 늘었다. 같은 기간 유연탄은 톤당 99.1달러에서 318.8달러로 221.7%나 올랐다.

이에 한전이 발전 자회사에서 전기를 사오는 가격인 전력도매가격(SMP) 역시 올 상반기 기준 kWh당 78.0원에서 169.3원으로 117.1% 증가했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의 연료비 상승은 국가 무역 수지에 영향을 줄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수준의 급등이다”며 “전력 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증가하고, 석탄, LNG 등 연료비가 급등하면서 SMP도 1년 새 2배 이상 뛰었다”고 설명했다.

영업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전기 판매 수익의 증가세는 미미했다. 올 상반기 한전의 전기 판매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2조5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정부가 민생 안정을 이유로 연료비 변동 폭을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서다. 앞서 정부는 올 1분기와 2분기 한전 연료비가 각각 kWh당 14.8원, 33.8원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연료비 조정 단가를 동결했다.

정부의 민생 안정 기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6.3%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이에 정부 입장에선 서민 경제와 직결된 전기요금을 인상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민생이 어려워 정부가 협조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전기요금 인상률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가급적이면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본다”고 전기요금 동결을 시사했다.

사실상 전기 판매 수익을 제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전은 스스로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전은 사상 최대 영업손실과 이에 따른 재무 구조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올 5월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또 전력 그룹사 사장단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6조원 규모의 비용 절감도 추진 중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올 상반기에만 1조7566억원 규모의 비용을 줄였다.

한전은 하반기에도 자구 노력을 이어 나간다는 목표다. 한국전력기술 지분 14.77%를 팔기 위해 이달 중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다음달부터 매각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필리핀 세부발전소 지분 등도 매각할 예정이다.

다만 이같은 자구책만으로는 대규모 적자를 개선하기 어려운 만큼 원가주의에 기반한 전기요금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게 한전의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사 전반의 경영 효율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과 연계해 원가주의 원칙에 입각한 전기요금 정상화 및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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