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국민의 주거 안정을 약속한 윤석열 정부가 향후 5년 간 270만호의 주택을 공급한다. 이에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공급 확대, 신규 택지 발굴, 역세권 고밀 개발 등이 본격 추진된다.
 
아울러 최근 쏟아진 폭우로 반지하 거주자가 참변을 당하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마련됐다. 정부는 반지하 거주자들이 공공·민간 임대 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주택 개·보수 등의 지원 사업도 시행키로 했다.
 
▲ 이달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주거 안정 실현 방안’을 발표 중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 이달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주거 안정 실현 방안’을 발표 중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부, ‘국민 주거 안정 실현 방안’ 발표…서울 50만호·수도권 158만호 공급
 
원희룡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주거 안정 실현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윤 정부가 발표한 첫 주택 공급 대책이다.
 
정부는 이번 주택 공급 대책을 통해 취약 계층의 주거 복지 등 시장 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고, 국민이 선호하는 민간의 공급 활력을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내년부터 2027년까지 5년 간 공급할 물량은 총 270만호다. 윤 대통령의 공약인 ‘250만+α’에서 20만호가 추가 공급 물량으로 확정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에 50만호가 공급된다. 수도권은 158만호가 책정됐고, 지방은 광역·특별자치시 52만호 등을 포함해 총 112만호가 배정됐다.
 
사업 유형별로는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도심 복합 사업 등으로 52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2018~2022년 41만호와 비교해 11만호 증가한 수치다. 3기 신도시 등 공공 택지 물량은 88만호로 책정됐다. 도시 개발, 지구단위계획구역, 기타 일반 주택 사업 등 민간 자체 추진 사업으로는 130만호가 공급된다.
 
◇내년 15만호 안팎 신규 택지 후보지 선정…고양 창릉·남양주 왕숙, ‘컴팩트 시티’로
 
국토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신규 택지에 88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중 내년까지 15만호 안팎의 후보지를 선정해 발표하고, 내년 이후에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선정키로 했다.
 
신규 택지는 직주 근접 등을 고려해 선정된다. 특히 철도역 인근 지역의 경우 반경 300~1000m까지 초역세권, 역세권, 배후지역 등으로 나눠 접근성에 따라 개발 밀도를 높이는 ‘컴팩트 시티’ 콘셉트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는 3기 신도시 중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정차 지구인 경기 고양 창릉과 남양주 왕숙에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
 
택지 조성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국토부는 공공 주택 지구 지정 시 광역 교통 사업과 훼손지 복구 사업이 국무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공공기관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줄 방침이다.
 
▲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부동산 규제 대폭 완화…수요 많은 도심·역세권에 민간 주도 공급 활성화
 
정부는 인기가 높은 도심 물량 등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키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 주도의 공급 방안을 추진한 것과 달리 윤 정부는 수요가 많은 도심·역세권에 민간 주도의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관련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키로 했다.
 
먼저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로 꼽혀 온 재건축 부담금의 감면 방안을 다음달 공개키로 했다. 재건축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재건축 안전 진단 기준 가운데 평가 항목을 조정한 개선안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의무였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도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요청할 때만 시행하도록 했다.
 
아울러 정비 사업 시행 시 임대 주택을 기부채납하면 용적률을 법적 상한까지 상향해주는 인센티브를 주거지역은 물론 준공업지역까지 확대한다. 다만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은 공공 임대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국토부는 ‘주택공급촉진지역’ 제도 도입도 검토키로 했다. 주택공급촉진지역은 수요를 누르기 위해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 지역으로 묶는 것과 반대로 공급 확대를 위해 도시 규제 완화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지역을 뜻한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공급이 줄어들거나 저층 주거지 등 추가 공급 여력이 있는 지역에 각종 동의 요건 완화, 용적률 상향, 금융 지원 등 인센티브가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공만 추진할 수 있는 도심 복합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 도심 복합 사업 유형도 신설된다. 이에 신탁·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민간이 주체가 돼 도심·역세권 등에서 고밀 복합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경우 용적률은 500%까지 상향되고, 필요 시 도시 계획 규제를 받지 않는 ‘도시혁신계획구역’ 신설도 검토된다.
 
이 밖에도 민간의 정비 사업과 도시 개발 사업에 통합 심의가 도입된다. 공공 정비 사업과 일반 주택 사업의 경우 통합 심의가 의무화된다.
 
연접한 복수 단지가 일정한 사업 요건을 충족하면 통합 개발을 허용하고, 사업자에 대한 기금 융자 이차보전과 조합원 세제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의 총 가구 수는 300가구에서 500가구로 확대된다. 투룸 공급 상한은 전체 세대의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완화키로 했다.

◇청년 원가 주택·역세권 첫 집, 통합 추진…시세 70% 이하로 공급
 
대선 공약인 ‘청년 원가 주택’과 ‘역세권 첫 집’은 통합 사업으로 추진된다.
 
용적률 상향에 따른 기부채납 물량과 공공 택지 물량 등을 청년·신혼부부·생애 최초 구입자 등에게 시세의 70% 이하로 공급하고, 40년 이상 장기 대출을 저금리로 제공해 초기 부담을 낮춰 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최장 10년 간 임대로 거주한 뒤 분양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내 집 마련 리츠 주택’도 도입된다. 임대로 거주한 기간도 청약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검토될 예정이다.
 
▲ 서울 소재 한 반지하 주택의 외부 모습,
▲ 서울 소재 한 반지하 주택의 외부 모습,

◇반지하 등 재해 취약 주택 거주자 대상 이주 지원…공공 임대 우선 공급 1만호 이상
 
국토부는 반지하 등 재해 취약 주택 거주자에 대한 지원 방안도 내놨다. 현재 재해 취약 주택은 고시원 등 비주택 46만3000가구, 반지하·지하 32만7000가구 등 79만여 가구에 달한다.
 
우선 정부는 재해 취약 주택 등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주택 거주자를 대상으로 공공 임대 우선 공급을 연 1만호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민간 임대 이주를 희망하는 경우 전세 보증금을 무이자로 대출해 줄 방침이다. 지원 규모는 3000호 이상이다.
 
또 주거 급여 지원 대상과 금액을 확대하고, 이주 시 보증금 외 이사비, 생활 필수품 등도 함께 지원할 계획이다.
 
이주를 원치 않는 가구의 경우 재해 취약 주택을 우선 매입한 뒤 공공 임대 주택으로 리모델링하고, 지하 등은 거주 시설이 아닌 커뮤니티 시설로 용도 변경을 추진하는 등 대대적인 개·보수를 실시한다. 매입이 어려운 곳은 침수 방지 시설이나 여닫이식 방범창 설치를 위한 비용을 지원한다.
 
국토부는 이번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한 행정 조치와 입법 사항을 연내 모두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원 장관은 “주택 공급 정책은 과거의 물량 위주에서 주택의 품질과 정주 환경, 안전, 주거 복지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혁신해 나가야 한다”며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국민께 내 집 마련의 기회와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달 층간 소음 저감·개선 대책 발표를 시작으로 다음달 재건축 부담금 감면 대책, 청년 주거 지원 종합 대책 등을 공개키로 했다. 올 10월에는 추가 신규 택지 발표 등 후속 대책을 연이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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