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시간으로 이달 16일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현지시간으로 이달 16일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미국이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제정하면서 추후 국내 완성차 업계가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미래차 산업 경쟁력을 대폭 키우고, 한·미 양국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8일 ‘인플레이션 완화법으로 본 미국의 전기차 산업 육성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7% 증가한 37만726대로 집계됐다. 이 중 테슬라의 판매 비중이 70.1%로 가장 높았고, 현대자동차·기아가 9.0%로 2위에 올랐다. 포드는 6.2%를 차지했다. 이는 현대차·기아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주요 완성차 업체로 부상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성장에 제동을 거는 일이 발생했다. 최근 미국 의회가 대중국 경쟁 우위 및 국가 안보를 위해 2800억달러(약 370조7200억원) 규모의 ‘반도체 및 과학법’과 7400억달러(약 979조7600억원) 규모의 IRA를 잇따라 제정한 것이다.

특히 IRA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을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IRA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 대응에 3750억달러(약 496조5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IRA에 북미산 전기차 가운데 북미에서 제조·조립된 배터리 부품의 비율과 북미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된 핵심 광물의 사용 비율에 따라 차등해 세액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이다.

이에 당장 내년부터 7500달러(약 993만원) 세액 공제의 절반은 핵심 광물의 원산지 비율에 따라, 나머지 절반은 북미산 배터리 부품 사용 비율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된다.

수입 전기차의 경우 세액 공제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또 5만5000달러(약 7282만원) 이상의 승용차와 8만달러(약 1억592만원) 이상의 SUV·픽업트럭 등도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자연은 “미국은 반도체 종주국의 위치를 강화하고, 우호국과 전기차 핵심 광물 공급망을 구축해 자국 내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자 한다”며 “멕시코와 전기차 핵심 부품 조립 및 공급 기반을 구축해 전기차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심산이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제정한 해당 법을 통해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 봤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부분은 세액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5만5000~8만달러 전기차 생산에 치중하고, 고급차 업체들은 원가 절감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전망이다.

또 미국과 FTA를 체결한 호주, 캐나다, 칠레 등의 전기차 핵심 광물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해당 국가에서 채굴된 핵심 광물의 사용 비율이 세액 공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서울 소재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
▲ 서울 소재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계가 미국 완성차 업계 등과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자연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 기술, 자본, 재판 협력 등을 확대할 수 있도록 미국 기업의 전략과 산업 동향을 분석해 세부적인 협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핵심 광물 생산국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자연은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에서 우리 기업들이 전기차 핵심 광물 수입선을 다변화할 경우 원가 상승으로 인해 전기차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보조금 지급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와 동시에 FTA를 체결하고 있으면서 핵심 광물 생산국인 호주, 칠레, 인도네시아 등과 광물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차 육성 정책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국내 완성차 업계와 정부가 함께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국내 대학과 기업의 수요 상황을 반영해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자연은 “미래차 산업에서의 대 경쟁이 2026년부터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미래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 정책과 통상 정책의 긴밀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대중국 경쟁 우위를 점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해서도 긴밀히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자연은 “미국과의 협력 강화가 중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 지위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며 “이를 위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 중국과의 소통 및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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