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징역 9년 구형
유족, “자신의 안위만 신경 쓰는 전주환의 모습에 격분”
“檢, 피의자 전주환 보복살인 혐의 수사 진행 중”
피의자 전주환은 재판장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가 드릴 말씀이 있는데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라며 “선고기일을 최대한 뒤로 늦춰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국민의 시선과 언론의 보도가 집중된 게 시간이 지나가면 누그러지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며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건 피해자 측 변호인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에 사건 하나가 걸려 있으니 그 사건과 병합해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씨가 가리킨 ‘사건’은 지난 14일 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자신이 저지른 스토킹 살인사건이다. 불법 촬영과 스토킹 끝에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이 사건을 전주환은 무표정한 얼굴로 “사건 하나”라고 불렀다.
이날 법정에서 전 씨는 피해자에게 사죄하지 않았다. 앞서 이 사건 첫 번째 공판 기일에서도 전 씨는 법정에 지각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수차례 제출한 반성문에서도 진심이 담긴 글이 아닌 변명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본 유족 측은 끝까지 자신의 안위만 신경 쓰는 전 씨의 모습에 격분했다.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민고은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피고인이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고 있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 변호사는 “유족은 고인의 죽음이 이용될까 염려해 어떤 단체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지인과 가족들에게 수많은 탄원을 받았다. 피해자가 생전에 누구보다 좋은 사람이었구나 생각했다”고 말을 아꼈다.
재판부는 검찰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여 전 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하면서 그에게 80시간의 스토킹 치료와 40시간의 성범죄 치료 프로그램 수강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이후 수사가 진행되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촬영물을 이용해 강요하는 등 범죄를 저질렀다”며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고도 피해자를 살해하는 등 참혹한 범행에 이르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전 씨가 지난 14일 신당역에서 순찰 근무 중이던 피해자 A 씨를 찾아가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것과 관련해 보복살인 등 혐의 재판까지 감안하면 전 씨의 형량은 훨씬 더 크게 늘어 날 것으로 보인다. 특가법상 보복살인은 사형, 무기징역 혹은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전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징역 9년을 구형받자 앙심을 품고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경찰은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했고,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형량이 늘어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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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