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윤주혜 기자 | 삼중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현상 장기화와 강원도의 레고랜드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으로 인한 투심 악화로, 최근 다수 기업과 증권사가 자금난에 허덕이는 등 전방위적 금융 위기가 커진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가 마무리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2층에서 열린 해당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은 고금리 상황에서 기업활동과 여러 투자가 위축되기에 각 부처가 경제활동을 활성화하고 수출을 촉진할 수 있는 여러 추진 정책을 내놓고 점검하는 자리”라며 “경제활동 하시는 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경제활동을 위축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지원과 촉진 방안을 장관들이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생 경제 안정화를 현 정부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골자로 꼽았다.
 
윤 대통령은 “물가관리를 통해 실질임금 하락을 방지하고, 서민 생활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고금리에 따라 가계와 기업, 일부 금융 관련 회사들의 부실을 미리 예방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금융지원책과 시장 안정화 대책도 내놨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12개 부처 장관과 금융위원장,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이 모여 정부 차원의 경제 위기 대응방안 및 활성화 전략을 약 80분간 생중계했다. 그간 10차례 진행된 비상경제민생회의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된 것과는 이례적이다. 
 
주요 의제로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방안, 원전과 방산 수출 확대 방안 등이 올랐다. 

또한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 완화와 15억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허용 등, 국내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 정책도 논의됐다. 

아울러 여당은 최근 연속적 기준금리 인상으로 불어난 취약차주의 대출 이자 부담완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어제 발표된 4대 금융사의 올해 3분기 이자 수익이 무려 10조1534억원에 달한다”며 “연말이면 대출금리는 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기업의 40%는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시중 대출 70%가 변동금리인 점을 감안하면 자칫 이자 때문에 생계가 파탄 나는 금리 부도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때 국민과 청년의 영끌에 기대 대출 규모를 키우더니,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로는 고금리 빨대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은행에 입금되는 이자 수익은 국민과 기업의 빚이다. 지금이라도 금융권은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부담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일종 정책위원장 역시 “상반기 카드론이 1조4000억원 이상 증가했고, 카드 대출 금리는 평균 13.5% 전후로, 캐시론은 17%에 달한다”며 “정부는 소액금융을 이용하는 국민의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속적인 맞춤 금리지원과 자동차 보험료 인하 등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민생금융에 당과 정부가 모든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비상경제민생회의에 대해, 윤 정부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28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포함한 다수 언론은 “이번 회의는 최근 금융시장의 절박한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다”며 “비상경제민생회의였지만 전혀 비상스럽지 않았다”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일부 의원들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논의되어야 하는 핵심 의제가 부재했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진행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전날 비상회의에 대해 “지금 불안에 잠긴 국민들이 보기에는 너무 한가해 보이지 않았나”라며 “김진태발 자금 경색 대책을 내놓아야지 무슨 LTV 얘기를 하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장 큰 현안은 채권시장이 얼어붙은 것과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여러 기업들이 도산할 가능성인데, 이걸 하나의 주제로 놓고 토론했다. 저런 걸 보고회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과 기업이 지금 가장 듣고 싶은 것은 눈앞에 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할 윤석열 정부의 의지와 전략인데, 그게 없었다”며 “대통령과 장관들이 경제를 위해 애쓰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하기엔 지금 우리 경제가 너무 위험하지 않은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 인구개혁 등 어렵지만 꼭 해야 할 개혁과제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 얘기가 없었던 것도 아쉬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