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금융업권 협회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금융업권 협회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투데이코리아=윤주혜 기자 | 최근 잇따른 기준금리 상승 기조에 취약차주의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정책금융 지원대상에 대한 선별 기준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일 <투데이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위원은 지난 30일 공개한 보고서 ‘금리 상승기의 취약차주 부실 관리 정책체계에 관한 소고’에서 올해 6월 기준 취약차주 비중이 전체 차주의 18.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소득분위로는 저소득층(1분위)이 22.9%, 고소득층(5분위)이 10.1%로, 소득이 높을수록 취약차주 비중이 감소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11.1%, 30대 15.9%, 40,50,60대 이상은 각각 18%대로 나타났다.
 
특히 오 위원은 최근 잇따른 기준금리 상승 기조로 이같은 취약차주의 금융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 위원은 “기준금리가 변동금리성 대출금리에 모두 전가될 정도의 시일이 도래하여 평균 대출금리가 모든 상품에서 1%포인트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차주군에서 취약차주 비중은 20.2%로 2.1%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2020년 코로나19 유행 이후 삶이 어려워진 사람들의 경제여건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확대에 따른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취약차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폐지 등에 따른 수요회복,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등 경제여건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이 추가 금융지원이나 상환유예 정책을 지속하기보다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효과적인 채무 관리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그간 정부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한시적 금리감면, 상화유예 등 주로 취약차주의 부실 발생 예방에 중점을 둔 금융지원을 제공해왔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6일 열린 ‘민생금융점검 당정협의회’에서 취약차주 이자 부담완화 방안으로 여러 금융사의 대출상품을 확인한 후 갈아탈 수 있도록 돕는 ‘비대면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과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고정금리에 최대 3.7%까지 낮추는 ‘안심전화대출 신청요건 완화’ 등을 제시했다.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금 규모를 늘리겠다는 의사도 전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정책 서민금융을 12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최저 신용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채무조정 지원도 보다 강화하겠다”며 “채무조정 활성화와 연체 시 부담 완화 등 수신 관행 개선을 위해 개인 채무자 보호법도 연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오 위원은 금리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차주의 회복 기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지원에 한정된 정책이 근본적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양적인 지원형태를 지속한다면 향후 상환유예 조치 등이 종료될 경우 부실 확대에 따른 채무조정 수요가 증가하고 사회적 비용 역시 크게 발생할 것”이라며 “저신용·저소득층 안에서도 무조건적인 금융지원보다는 갚을 능력이 있는 차주는 금융지원을 지속하고 그렇지 못한 차주는 신용회복지원 또는 복지프로그램으로 연계시키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취약차주의 특성이 다각화됨에 따라, 지원 대상에 대한 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 연구원은 “새로운 취약계층으로 간주되는 주담대 보유층과 청년층 등에서의 지원 기준 설정과 지원 방식의 적합성에 대해 더욱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현재와 같이 소득과 연령 등 외견상 기준만으로 지원대상을 선정하는 체계로부터 더욱 나아가 보다 구체적인 차주 정보와 상황 등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 상환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담대 보유층의 경우, 취약성의 기준 설정을 더욱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가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직접 반영되지 않고, 금리에 민감하게 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위원은 “금리 상승기에 가장 취약했던 계층이 금리 하락 시에는 상환부담 감소와 자산가치 상승이 동반되며 여타 차주군에 비해 더욱 여건이 좋은 차주로 탈바꿈될 수 있다. 이는 주담대 차주 관련 정책 대상 선정과 지원 방식에 대한 적절한 기준을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가중한다”며 “정책 취지가 잘 전달되기 위해서는 주담대 보유층 중 지원대상을 어떻게 선별하였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설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 위기 상황 장기화로 국가적 채무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같은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OECD는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 ‘높은 부채 속에서 악화되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상황(Deteriorating conditions of global financial markets amid high debt)’에서 “2022년 세계적 성장 둔화와 시장 불안, 지정학적 불안감이 계속되며 경제 시장이 악화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상승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많은 선진국 및 신흥국의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올리고 그들의 대자대조표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 전망의 악화는 지난 6개월 간 위험 자산의 가격 하락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며 “시장 유동성 지표는 미국 국채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1, 2차 회사채 시장 등과 같이 주로 유동성이 높은 시장을 포함해 자산 계층 전반에 걸쳐 악화됐다”며 “많은 나라에서 금리 인상과 신용 위험도 증가로 국가, 가계, 기업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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