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투데이코리아=윤주혜 기자 | 기업어음(CP) 금리가 40여일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기 자금 시장 불안을 심화시킬지 여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투데이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4일 CP금리는 전날 대비 0.08%포인트 오른 5.48%에 장을 마치며, 2009년 1월 13일(5.74%)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1.55%에 불과했던 CP금리가 지난 5월 26일 2.09%, 8월 25일 3.01%, 10월 19일 4.02%를 기록하며, 11개월 간 약 3.83%포인트 급등한 셈이다.
 
이같은 CP금리 급등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 한은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 심리 불안정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의 신용도를 반영하는 CP 금리 상승은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여전히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며 “한은의 긴축 속도조절 속 내년 초 시장 내 자금 유입이 원활이 나오기 전까지 단기자금시장의 자금경색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 속에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첫 ABCP 부도가 발생하면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단기 자금 시장으로 몰린 점도 CP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는 견해도 나온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사·증권사에 대한 시장 내 우려가 커졌고 PF ABCP에 대한 투자 선호도도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최근 회사채 시장이 거의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CP 금리가 현재 시장 분위기를 대표하는 벤치마크가 됐다”며 “최근 여러 신용 이슈와 자금경색 우려 등이 CP 금리에 한꺼번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파장이 커지자, 결국 정부는 지난 21일부터 1조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풀어 증권사 PF-ABCP에 대한 매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작업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의 지원책에도, 현재의 단기 자금 시장 불안이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명실 연구원은 “정책자금을 통한 ABCP 매입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라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속도 조절 속에 내년 초 시장 내 자금 유입이 원활이 나오기 전까지 단기 자금시장의 자금 경색이 지속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자, 이에 따라 CP 금리가 재차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 총재도 이같은 우려를 인식한 듯 “부동산 관련 PF-ABCP 시장의 자금조달은 여전히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며 “추가적인 정책이 필요할지, 선제적 정책이 필요할지 금융당국과 매번 논의하고 있는데 필요시 한은도 추가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는 금리인상 기조와 상충되지 않도록 미시적으로 해야하고,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시장 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하고, 담보를 확보해 한은이 신용위험을 져서는 안된다는 원칙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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