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오늘 우리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공표했다.

이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국무회의는 해외 순방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의 부재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할 예정이었으나,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가 지난 11월 24일부터 무기한 집단 운송 거부에 돌입했다”며 “특히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 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에 대해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시멘트, 철강 등 물류가 중단돼서 전국의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췄고,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으로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경제는 한 번 멈추면 돌이키기 어렵고 다시 궤도에 올리는 데는 많은 희생과 비용이 따른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 위기 앞에 정부와 국민, 노사의 마음이 다를 수 없다”며 “화물연대 여러분, 더 늦기 전에 각자의 위치로 복귀해 주십시오”라며 업계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어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들에게도 윤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 불법 파업의 악순환을 끊어 국민들의 부담을 막고자 하는 만큼 국민들께서 많은 불편과 고통을 받게 되실 것이지만 이를 감내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윤 대통령은 지하철과 철도 등 다른 부문 파업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뿐 아니라 지하철과 철도 등 연대 파업도 예고돼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며 “연대 파업을 예고한 민주노총 산하의 철도, 지하철 노조들은 산업현장의 진정한 약자들, 절대다수의 임금 근로자들에 비하면 더 높은 소득과 더 나은 근로 여건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파업은 정당성이 없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정부는 조직화되지 못한 산업현장의 진정한 약자들을 더욱 잘 챙길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개혁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업무개시명령은 지난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2004년 도입된 제도로, 화물연대의 잦은 총파업에도 이전 정부에서는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이번 명령 발동으로 윤석열 정부가 불법 파업 등에는 법과 원칙을 확실하게 적용한다는 평가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해당 명령이 발동되면, 국토교통부는 현장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자나 종사자에게 개인, 개별 법인에 대해 명령을 구두 및 서명 등의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이에 전달받은 사업자나 종사자가 그 다음날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시, 바로 법적 조치가 가능해진다. 

운송사업자·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명령을 거부할 수 없고, 거부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명령 위반 시에는 화물차운송사업·운송가맹사업 허가 정지 및 취소까지 가능하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업무개시명령이 발동할 것이라는 말만 나온 상태”라며 “받아야 효력이 생기는데, 어떤 식으로 송달할지에 대해서도 언급이 안나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화물연대 관계자들은 “(전날 교섭은) 명분을 쌓기 위한 행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교섭에 나온 상대가 결정권자가 아닌 차관”이었다며 “이는 교섭에 성실하게 임한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 노조는 “이번 업무개시명령을 계기로 투쟁의 수위를 좀 더 올려, 저희가 원하는 부분에 가까워지도록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화물연대는 지난 24일 0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운송에 차질이 생기며 시멘트, 정유, 철강, 자동차 등 산업 전반으로 피해가 번지고 있다. 

또한 이번 파업으로 인해 하루 3,000억 원 가량의 손실이 예상돼, 국토부는 전날 오전 9시부로 육상화물운송분야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한편 화물연대는 오는 12월 31일 종료되는 안전운임 일몰제의 폐지 및 안전운임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일몰제 3년 연장에는 동의하면서도 품목 확대에 대한 불가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이에 양측은 28일 파업 후 처음으로 교섭을 펼치기도 했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새로운 국면에 빠져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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