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명백한 내정간섭이자 심각한 외교적 결례”
野 “중국대사 만나서 달래야 하는 건 정부여당”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7차 전국위원회에서 싱 대사를 겨냥해 “한중 간의 관계악화 책임을 대한민국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고, 대한민국을 향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하는 등 노골적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며 “명백한 내정간섭일뿐더러 외교적으로 심각한 결례다.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전날(8일) 중국 대사관저로 이 대표를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싱 대사는 한중관계 악화를 우려하면서도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 (한국의) 탈중국화 추진이 원인”이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작심 비판했다. 싱 대사는 “중한 관계는 외부 요소의 도전에도 직면했다.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가에 주재하는 대사가 해당 정부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싱 대사의 공격적인 발언에도 이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김 대표는 싱 대사의 비판에 대해 반발하지 않은 이 대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싱 대사가 준비한 원고를 꺼내 들어 작심한 듯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하는데 이 대표는 짝짜꿍하고 백댄서를 자처했다”며 “싱 대사의 무례한 발언을 제지하고 항의하기는커녕 도리어 교지를 받들 듯 15분 동안 고분고분 듣고만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정당인지 중국의 꼭두각시인지 의심케 하는 장면이 아닐 수가 없다”며 “민주당과 이 대표는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싱 대사의 한국 정부 비판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고,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주한 중국대사의 회동 장면은 마치 청나라 앞에 굴복했던 삼전도의 굴욕마저 떠올리게 할 정도“라고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정부여당이 싱 대사가 이 대표를 찾게한 것 부터가 문제’라는 반론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출신 관계자는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인도-태평양전략 때문에 화가 많이 나 있다”며 “대중국 적자도 계속 불어나지만, 중국의 경제보복도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좀 달래고 하는 게 정부여당에서 해야하는 일인데 그런 것을 전혀 안 하고 있다”며 “사실 중국대사를 만났어야 하는 건 김기현 대표”라고 지적했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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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