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폭력 규제해야”vs"인터넷 여론까지 통제하려는 것”

최진실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 모욕죄'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5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익명성에 숨은 사이버 폭력이 난무하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미국의 뉴욕타임스에서도 어제 최진실 씨를 인터넷 악플의 피해자라고 했다”며 “인터넷 악플은 참으로 비겁한 짓이며, 인터넷 공간이 마치 화장실 담벼락처럼 그렇게 추악한 공간으로 나타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야권은 일제히 인터넷 여론까지 통제하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소속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일동은 이 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익명성이 특징인 인터넷 공간에서 불순한 의도로 악성 댓글을 올려 상대방에게 회복할 수 없는 아픔을 주는 것에 대한 일정 부분의 규제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정부여당이 강행하려는 인터넷 통제방안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악성댓글에 대한 규제라는 포장과 위선의 탈을 쓰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라며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 추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정부 여당이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려는 숨은 의도는 바로 정부 비판적, 반정부적 여론 주도자들을 짧은 시간 안에 신속하게 색출해 처벌하려는 것”이라며 “엄중 처벌하는 현행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한다는 것은 결국 네티즌들이 정부 비판적 여론형성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협박성 처벌규정을 만드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더욱 안타깝고 분노스러운 것은 사망한 최진실 씨를 핑계삼아 자신들의 속내를 숨긴 채 포장해 마녀사냥식으로 네티즌을 통제하겠다는 반윤리적 발상”이라며 “정부여당은 방송장악 음모도 모자라 인터넷 여론까지 통제하려는 시대역행적이고 권위주의적 작태를 즉각 멈추길 촉구하고 사이버 공간에 대해서는 규제일변도가 아니라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한 자정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더 중요함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이 날 브리핑에서 “사이버 모욕죄는 권력에 대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반촛불 법안”이라며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싶은 것은 '사이버 모욕죄'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 모욕죄'일 것”이라며 '사이버 모욕죄' 신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사이버 모욕죄' 신설 대신 악의적인 댓글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악플러의 양산을 제어할 수 있도록 기존의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보완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신 국가원수 모독죄' 부활 시도를 중단하고, 민주당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부성현 부대변인도 “사이버 모욕죄의 도입은 토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민주적 폭거”라며 “한나라당은 지난 10년간 연이은 대선 패배의 원인을 인터넷과 KBS 공영방송을 장악하지 못한 데서 찾고 있다. 한 마디로 인터넷이란 게 없던 80년대로 회귀하자는 게 한나라당의 장기집권 전략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투데이코리아 이광효 기자 leekhy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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