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편지 하나 보낸 것뿐이에요”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지난 10일 “지난 2008년 10월 14일, 15일 양일간에 걸쳐 전국적으로 실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방해한 공립학교 교사 7명(초등 6명, 중등 1명)에 대해 12월 9일 개최된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가 전원 중징계(파면 3명, 해임 4명)를 의결했다”며 “이들 교사들은 학교장의 결재를 받지 않은 채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학부모들로 하여금 자녀들을 평가에 불참시키도록 유도하는가 하면, 일부 교사는 담임학급의 학생들로부터 체험학습 신청서를 받아서 학교장의 결재를 받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보관함으로써 평가에 불참한 학생들로 하여금 집단으로 무단결석하게 하는 등 학습권을 침해한 것으로 밝혀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바 있다”고 밝혔다.

<사진: 설은주 교사>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지난 17일 이들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지난 9일 의결된 대로 확정했다.

또한 23일 전국 16개 시·도에서는 각 시·도교육청별로 지난 해 9월 12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합의에 따라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주관해 개발한 평가문항을 활용한 '중학교 1, 2학년 학력평가'가 실시됐다.

이번 '중학교 1, 2학년 학력평가'에는 374개교 24만 3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에 대해 일선 교사 100여명은 23일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일제고사 중단과 부당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후 그런 내용의 민원을 서울특별시교육청에 접수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17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1989년 참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교사들이 대량 해직됐다”며 “노태우 군사정권과 뿌리를 같이하는 이명박 정부와 그 대리인 공정택 교육감은 결국 교육은 없고 줄 세우기를 목적으로 하는 일제고사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교사들을 쫒아내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2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지 1년 만에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일제고사를 보도록 만들어 버렸다”며 “학생들은 반복되는 암기식 교육에 동원되면서 학습 의욕을 상실해가고 초등학생이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이러한 교육정책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전교조는 40만 교사와 국민과 함께 반드시 잘못된 교육정책을 바로잡고 교육이 국민들의 고통이 아닌 희망이 되는 그 날을 만들기 위해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 의원 일동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실시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들로서 지난 10월 실시된 일제고사와 관련해 7명의 교사가 파면·해임을 당한 것은 지극히 부당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반교육적인 행태를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우리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교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가 적절하고 정당했는지 그 실상을 밝히는 활동을 전개할 것이고 교문 밖에서 눈물짓고 있는 교사들이 아이들의 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 의원들은 23일 국회에서 해직 교사 및 학부모와의 면담을 실시했다.

이에 반해 바른사회시민회의,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자유교육연합, 자율교육학부모연대 등 보수단체들은 지난 22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우리들은 지난 학력평가 고사가 절대 다수의 학부모의 지지와 학생들의 참여 하에 시행됐던 정당한 교육행정이었음을 다시 한번 주지시키고, 만일 또 다시 학력평가 거부에 나서는 교사들이 있다면 교육당국에서 이들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원칙적이고 엄정하게 처리해 국가교육 행정의 하나인 학력평가 시험이 일부 교사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됐던 과거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바로잡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소위 '일제고사'를 둘러싼 논란은 날로 가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데이코리아'에서는 23일 국회에서 일제고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해임을 당한 서울 유현초등학교 설은주(28, 여) 교사와의 인터뷰를 실시했다.

먼저 설은주 교사는 본인이 일제고사를 방해했다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설은주 교사는 “나는 일제고사를 방해하지 않았다”며 “물론 개인적으로 일제고사를 실시하는 것이 적합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제고사가 실시된 지난 10월 14일에서 15일 나는 시험 감독과 채점까지 시키는 대로 다 했다”고 강조했다.

설은주 교사는 “단지 내가 한 일은 일제고사가 실시되기 전 주에 내가 맡은 학급의 학생들에게 학교장의 결재를 받은 가정통신문과 내가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나눠준 것 뿐”이라며 “가정통신문에는 10월 14일부터 15일까지 일제고사가 실시되니 응시하라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고 편지에는 학생들에게 일제고사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설은주 교사는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학교장의 결재를 받지 않은 채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고 하는데 나는 이전부터 개인적으로 학생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교장의 결재를 받지 않고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보내왔고 지난 번 보낸 편지도 그것의 하나였다”고 역설했다.

설은주 교사는 “정말 내가 한 일은 학부모들에게 편지 하나 보낸 것뿐”이라며 “정말로 일제고사를 방해해 해임됐다면 억울하지나 않겠다”고 말했다.

설은주 교사는 “내일 교육과학기술부에 징계 재심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데이코리아 이광효 기자 leekhy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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