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싶은 정치인, 기업인 많이 나와야 국가가 발전

“나는 돈을 받는 대통령이 아니라 돈을 내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재 331억 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한 후에 한 말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폴란드 이탈리아 스웨덴 유럽 3개국 순방 도중 스웨덴에서 참모회의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이때 “전직 대통령이나 그 친인척들이 불법적으로 돈을 받아 항상 문제가 됐었지만 나는 처음으로 돈을 내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한 것은 재산 기부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날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직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나타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사회적 문제인 문제로 대두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중요성을 다시 말한 것으로 봐도 된다.

중요한 것은 해석이 아니다. 대통령의 마음이다. “나는 돈을 받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돈을 내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는 말 앞에서 “참으로 위대한 결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솔직히 역대 대통령이 재임 중 돈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받았다. 옆에서 대신 받아 주기도 했다. 기업은 대통령에게 얼마를 어떻게 바쳐야 할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돈을 받지 않은 대통령이 없다. 가장 깨끗하다는 고 노무현 대통령도 돈 앞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 대통령이 위대한 것은 지금까지 내려오던 불미스런 불문율, 당연한 관행을 하루 아침에 다 정리했다는 점이다. 모르면 몰라도 앞으로는 대통령이 돈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업들도 마음이 편할 것이다.

또 대통령이 대선 선거공약을 지켰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선고 공약은 공약으로 불발탄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대통령은 이를 분명히 지켰다. 자신의 재산을 전부 내놓는 엄청난 공약을 지킨 것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재산은 몽땅 사회에 내 놓은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 하면 의례히 돈을 받는 사람으로 인식돼 왔다. 실제도 그렇게 하고 있다. 후진국이나 개도국에서는 이권에 개입해 돈을 챙기는 게 현실이다.

얼마 전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재산 기부에 대해 “대단한 일”이라고 말한 게 다 일리가 있다. 부시는 “이 대통령이 전 재산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는 대단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나는 돈을 내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한 말은 우리 정치권이나 대기업 오너들이 새겨들어야 한다. 정치인의 경우 남의 돈을 이용해 정치를 하려 하지 말고 이제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사회에, 국가에 내놓는 정치를 해야 한다. 말로 골백번 나라를 위해 일한다고 하는 것보다 돈을 사회에 내놓는 게 더 좋다.

기업인들도 이 대통령의 말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요즘 우리 대기업들은 돈이 많아졌다. 돈을 버는 데만 열을 올리지 말고, 많이 벌었으면 이제 사회에 내놓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 대통령처럼 다 내놓지는 못하더라도 상당부분을 국가를 위해 써야 한다.

오너들은 돈을 버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돈은 많으면 반드시 싸우게 돼 있다. 재벌 가운데 싸우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재벌가의 싸움이 수천억 원을 두고 싸우는 게 아니다. 불과 몇 십억 원을 두고 형제간에, 집안 간에, 부모와 자식 간에, 또는 부부간에 싸운다. 수백억, 수천억, 심지어는 수조 원을 가진 자들이 몇 십억원 때문에 싸운다.

이렇게 엄청난 돈을 가진 사람들이 몇 십억 원을 두고 싸우는 데 비해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재산을 다 사회에 환원 했으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이 대통령도 원래는 기업가 출신이지만 이 대통령과 재산 몇 십억원을 가지고 싸우는 재벌가 사람들과는 인간적 품질이 전혀 다르다.

정우택 논설위원 je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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