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정신 못 차렸다” 내부 갈등 지속...분열론 현실화
2020-04-21 오 윤 기자
투데이코리아=오 윤 기자 | 4·15 총선에서 대패한 미래통합당이 내부 갈등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정치권에서는 통합당이 빠른 시일 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지 못하면 보수 분열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이 나왔다.
21일 미래통합당은 차기 당 지도체제를 소속 의원들에게 전화를 통해 전수조사를 진행한 후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통합당은 “21일 21시까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는 다음날 오전 10시 최고위원회의 이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합당 관계자는 “김종인 전 총관선대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시고 내부 혼란을 정리할 것인지 현재 심재철 권한대행을 두고 조기 전당대회를 열 것인지 둘 중 하나로 결론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20대 소속 의원들과 21대 총선 당선인들을 상대로 조사를 통해 다수 의견 결과가 나오면 계획을 바꾸지 않고 결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소수 의견으로 결론이 난다면 내부 혼란을 정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통합당 중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을 모시고 오면 ‘외부 인물’이라며 반대하고 비대위를 꾸리지 않으면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고 비판 한다”라며 “차라리 새로운 개혁적 리더십이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이견 차이도 좁혀지지 않고 새롭게 갈아엎을 수 있는 의지가 있는 인물은 현재 당내에 없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꾸려지지 않으면 통합당은 지도부의 리더십 없이 전당대회를 열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통합당 최고위원 중 21대 총선에서 살아남은 인물은 조경태 의원 뿐이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일까지 언론을 통해 “그것(비대위 문제)은 자기네들이 현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지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지적한 뒤 “나를 놓고 이래라저래라하지 말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어 통합당 당내 이견으로 비대위 체제 전환 여부가 결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원래 그 당의 생리가 그렇다. (저는) 2012년에도 겪어본 사람”이라면서 “더는 나한테 (비대위 관련) 물어보지 말라”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통합당 관계자는 “황교안 전 대표가 총선 전 김 전 위원장을 모시고 온 것을 생각한다면 사실상 무산됐다는 관측은 어긋난 것이다. 당시 현실성 ‘제로’에 가깝다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통합당이 해결해야 할 걸림돌은 하나 더 있다. 총선 ‘사전투표 조작’ 의혹이다. 최근 일부 보수 유투버와 ‘태극기부대’는 ‘사전투표 조작’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차명진 전 의원 등 통합당 일부 인사도 동조했다.
차 전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저도 처음에는 안 믿었다”며 “최소 12곳에서 사전선거 결과가 이상하다. 최소 이곳들만이라도 사전투표함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경욱 의원이 이번 선거가 뭔가 이상하다고 해서 구체적으로 들은 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성중 의원도 "이번에 사전투표가 상당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거기에 실증적, 구체적 수치가 제시가 됐다"며 "그게 만약 진실로 밝혀진다면 부정 선거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경욱 의원이 이번 선거가 뭔가 이상하다고 해서 구체적으로 들은 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성중 의원도 "이번에 사전투표가 상당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거기에 실증적, 구체적 수치가 제시가 됐다"며 "그게 만약 진실로 밝혀진다면 부정 선거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전투표 조작설 중 하나는 서울·인천·경기 사전투표 득표율이 소수점을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 63% 대 통합당 36%'로 일치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과 통합당 후보의 관외 사전투표/관내 사전투표 비율이 똑같다는 의혹, 사전투표함이 바뀌었다는 의혹 등도 제기된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한 '제21대 국선 시도별 정당별 득표현황(지역구)'에 따르면 민주당과 통합당의 사전투표 득표율은 서울(61% 대 34%), 인천(58% 대 33%), 경기(60% 대 34%)로 의혹과는 다르다.
장제원 의원은 의총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희가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 진 것"이라며 "민심을 바로보고 우리가 왜 패배했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기에 또 다른 논란을 낳아서는 안 될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직적으로 개입해야 하는데 그 수많은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조작에 개입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죽어도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과거 선거 등에서 음모론을 폈던) 김어준씨와 다를 바가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죽어도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과거 선거 등에서 음모론을 폈던) 김어준씨와 다를 바가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