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군 성추행 사건’ 가해자 징계 안 한 이유..“최종 판결 나와야 가능”
'블랙박스 영상' 피해자 본인이 직접 군사경찰에 제출
2021-06-03 오혁진 기자
3일 국회 국방위원회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모 중사는 타 부대 상사인 A 부사관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이를 상관에게 알렸음에도 무마됐다.
이 중사 유족 측은 이날 구속(2일)된 가해자 외에 1년 전 회식자리에서 이 중사를 성추행한 A 부사관을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장을 냈다.
유족 측 변호인인 김정환 변호사는 “다른 가해자에 의한 강제추행이 1년 전쯤 있었고 그때도 상부에 보고했음에도 같은 상관에 의해 조직적인 은폐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중사 아버지는 “그쪽(직속상관)을 통해서 (가해자가) 징계를 받으면 연금도 다 받지 못하고 빨간 줄이 간다며 합의를 종용했다”고 설명했다.
공군은 이번 사건의 가해자인 장모 중사에 대해 사실상 ‘늑장 조치’를 취했다. 이 중사가 사망한 지 열흘이 지나서야 장 중사의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받은 데 이어 직무배제 등의 징계를 하지 않은 이유는 황당했다.
공군 관계자는 “가해자에 대한 징계는 해당 혐의가 법적으로 최종 판결이 났을 때 판결된 내용을 바탕으로 징계한다”며 “해당 사건을 인지한 즉시 군사경찰에서 수사했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군사경찰이 즉시 수사에 나섰지만 상당히 부실했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음성이 담긴 차량 내 블랙박스 파일을 이 중사 본인이 직접 군사경찰에 제출한 것이다.
특히 군사경찰은 장 중사에 대해 구속영장 발부와 휴대폰 압수수색 등을 검토하지 않았다. 특히 공군은 피해자 사망 후에도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 했다.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된 후 국방부 조사본부에 단순 변사로 보고한 것이다. 공군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내용 외에는 성추행 피해 사실과 가해자에 대한 조사에 대한 점은 보고 내용에서 빠트렸다.
군 검찰단 출신 한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피해자 본인이 직접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취해진다”라며 “혐의에 대한 최종 판결이 있어야 징계 처리가 가능하다는 건 원론적이고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가해자인 장 중사가 제대로 된 징계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013년 유사 성추행 사건 당시 가해자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