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연구원 뽑니’…李 “RE100” 등 전문용어 공세에 尹 ‘진땀’
국민의힘 “대선토론이 장학퀴즈입니까” 누리꾼 ‘에너지 박람회 보는 줄’ 비판도 다자대결 尹, 李 ‘오차범위 밖’ 우위선점
2022-02-04 김찬주 기자
특히 이 후보는 토론에서 ‘RE100’ ‘블루수소’ 등 탄소중립 관련 전문용어를 들어 윤 후보에게 질문 공세를 펼쳤고, 윤 후보가 잘 모르면 이 후보가 설명하는 장면이 여럿 등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대선후보가 RE100을 모르나”고 쏘아댔고, 야당은 “대선토론이 장학퀴즈냐”고 맞받았으며, 누리꾼들은 ‘에너지 연구원을 뽑는 자리냐’며 비판했다.
◇ 李 ‘탄소중립’ 전문용어 내세우며 질문↔설명 반복
이 후보는 이날 지상파 3사 방송사가 공동 주최한 일자리·성장 분야 토론에서 윤 후보에게 “RE100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예? 다시 한번 말씀해달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 후보가 재차 “알이백”이라고 묻자, 윤 후보는 “그게 뭐죠?”라고 잘 모르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이 후보는 “RE100은 ‘재생에너지 100%’(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이라고 윤 후보에게 설명했고, 윤 후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이 후보는 ‘블루수소’에 관해 알고 있는지 윤 후보에게 물으면서 “블루수소 생산 산업과 관련된 비전이나 생각을 갖고 계시면 말씀해 달라”고 했다. 윤 후보가 답변을 피해가자, 이 후보는 “블루수소는 화석연료를 분해해 나오는 수소를 만들되,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말하는 건데 참고하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유럽연합(EU) ‘택소노미(Taxonomy)’도 꺼내들었다. 택소노미란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인 녹색분류체계로 규정한 것을 의미한다.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EU택소노미가 매우 중요하다 원자력 관련된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해결할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 가르쳐 달라”고 했다.
이 후보가 언급한 단어들은 모두 탄소중립에 관한 ‘전문용어’다. 우리 정부와 세계 각국도 기후위기를 우려해 탄소 배출량 감소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탄소중립에 무관심한 윤 후보’라며 비판을 가했다.
◇ 與 “윤석열, 탄소중립 무관심하다는 방증”…野 “대선토론이 장학퀴즈냐”
박영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디지털전환위원장은 토론 뒤 페이스북에 ‘대선주자 토론을 보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윤석열 후보가 (전날 토론에서) ‘RE100’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한 답변은 탄소중립 이슈에 대한 고민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이 RE100 도입 추세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새로운 무역장벽의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이 후보와 윤 후보의) RE100 질문과 답변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다양하다”고 적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대선후보가 RE100을 모른다는 것은 충격”이라고 했고, 양이원영 의원은 “RE100도 EU 택소노미도 모르는 윤 후보에게 나라를 맡기시겠냐”라며 윤 후보의 지식부족을 걸고 넘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선토론이 장학퀴즈냐’라며 반발했다. 특히,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수천만의 국민들에게는 매우 낯설고 어려운 개념일 수밖에 없다”며 “노골적으로 보이는 ‘이런 것도 모르냐’는 식의 태도는 참으로 바보짓”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엘리트 정당이냐”고 직격했다.
◇ 누리꾼 ‘에너지연구원 뽑나’ 비판도…다자대결서 ‘20대’ 다수 尹 지지
토론을 보던 다수의 시민들도 이 후보의 전문용어 언급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면서 ‘대선토론이 에너지연구원을 뽑는 토론인가’ ‘에너지 박람회 보는 줄 알았다’는 등 눈살을 찌푸린 반면, ‘탄소중립이 세계적 화두인 만큼 이제라도 알게 돼 다행이다’ ‘새로운 용어 몇개 알게 된 토론’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차기 대선 지지도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의 격차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서치뷰가 UPI뉴스 의뢰로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 3.1%p)의 다자대결에서 윤 후보는 46%, 이 후보는 38%를 각각 기록했다. 윤 후보는 전주에 비해 1%p 상승했고, 이 후보는 1%p 하락하면서 격차는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연령대별로 윤 후보는 20대(51%)와 60대(58%), 70대 이상(59%) 등에서 앞섰고 이 후보는 30대(45%)에서 우세했다. 40대에서는 이 후보 42%, 윤 후보 38%, 50대의 경우 이 후보 45%, 윤 후보 42% 등이었다.
여야 모두 표심잡기에 열중하고 있는 ‘스윙 보터(swing voter)’인 20대의 경우, ‘이대남(20대 남자)’에서는 윤 후보가 64%로 이 후보(26%)에 크게 앞섰다. ‘이대녀’에서도 윤 후보가 36%로 이 후보(21%)에 우위를 나타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전주보다 1%p 하락한 8%,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1%p 떨어진 3%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