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쓴 나경원, 尹 대통령과 ‘헤어질 결심’...당대표 출마 선언할까
나경원 "이달 안으로 출마 선언” 대통령실 “사의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다” 尹心 얻지 못한 나 전 의원, 당 안팎 출마 막으려는 의도 보여 당대표 출마여부 논의…오는 21일 尹 순방 이후 발표될 듯
2023-01-13 김성민 기자
여권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인편으로 대통령실 측에 서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문자 메시지 등으로 사의를 표명한 지 나흘 만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나 전 의원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애정이 여전히 크다”며 “사의를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이 사의를 표한 데 대해선 직접적으로는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당심 지지도 1위인 나 부위원장이 쉽게 출마 선언을 못하는 이유가 ‘윤심’(尹心)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과 당 안팎에서 최대 변수로 떠오른 ‘나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막으려 한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친윤계 측은 “나 전 의원이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용인하지 않는 모양새"라며 “나 전 의원이 끝내 전대에 나온다면 ‘제2의 유승민, 이준석’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으로서도, 나 전 의원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결말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단순히 전대 출마 여부만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 성공과 오는 2024년 총선 승리를 위해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심하고 있다”며 "여권 원로 등과 폭넓게 소통하며 결단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6일 저출산 대책을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이 불거진 후 지지율 추이를 지켜보며 윤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거듭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 전 의원 관계자 측은 "출마할 생각은 100%”라면서 다만 발표는 시기의 문제라고 밝혔다. "대통령과 관계 등 여러 정치적 고려를 할 때 항명이 아니라 가급적이면 부드럽게 소프트 랜딩(연착륙)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이 김대기 실장에게 ‘사의’를 타진한 것은 맞지만, 사직서를 정식 제출한 것은 아니어서 윤 대통령의 재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에 따라 전대 판세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실시한 7~9일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나 전 의원은 30.7%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18.8%로 김기현 의원, 3위는 14.6%로 유승민 전 의원이 차지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강성 친윤과 강성 비윤 사이에서 고민하는 당심이 안철수 의원에게 쏠려 그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우 안철수 경선 캠프 선대위원장은 "나 전 의원이 만에 하나 (전대에) 나오면 수도권 바람이 분다. 수도권 당 대표냐 아니면 비수도권 당 대표냐라고 하는 당대표 전당대회의 핵심 키워드가 바뀌게 될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을 향해 "나왔으면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나 전 의원의 출마 결심이 유승민 전 의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친윤계 표가 분산하면서 유 전 의원으로 일부 표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가운데 오늘 김기현, 안철수 의원은 각각 서울 중랑구와 강남구를 찾아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나 전 의원은 어제(12일)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측근들과 당 대표 출마 여부를 놓고 며칠간 잠행할 전망이다. 당 대표 출마에 대한 공식 입장은 오는 14일 해외 순방을 앞둔 윤 대통령이 귀국하는 21일 후에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