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커스] 국민 인내 시험하는 정치권의 극한 政爭
민생경제 바닥인데 막장정치...민심 무서운 줄 알라
2023-02-07 류석호 교수
올해 1분기에도 수출 부진과 민간소비 위축이 이어지고 있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2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4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4% 감소했다.
GDP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0년 2분기(-3%)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소비 위축과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둔화 등으로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1월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월간기준으로 사상 최악의 적자를 보였다. 무역수지가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연속 적자를 낸 것도 25년만에 처음이다. 수출은 작년 10월부터 넉달째 쪼그라들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무역 적자와 수출 감소세가 새해에 더 나빠지면서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월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6% 줄어든 462억 7,000만달러(약 57조원), 수입은 2.6% 줄어든 589억 6,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인 126억 9,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74억 7,000만달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것으로, 월간 규모로 100억달러 이상 적자를 낸 것은 IMF외환위기나 글로벌금융위기 때도 없던 일이었다.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해온 두 축인 반도체와 중국 수출이 크게 부진했고, 에너지 수입은 과거 10년 평균보다 50% 늘어난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월(108억달러)보다 44.5% 급감한 60억달러로 2016년 12월(59억달러) 이후 가장 저조했다.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대중(對中) 수출도 전년 같은달 대비 31.4% 줄어든 91억 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경기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마저 경기둔화 여파로 급감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형국이다.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지수가 전월보다 1.6% 줄어 32개월만에 최대 감소세다. 설비투자는 7.1% 움츠러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경제가 1.7%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2.0% 성장률 전망치에서 불과 석달만에 더 낮췄다. 반면 IMF는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석달 전보다 0.2%포인트 높여 2.9%로 예상하면서 미국, 중국, 유로존, 일본의 전망치도 약속이나 한 듯 상향 조정했다. 유독 한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더 심각해진 것이다.
만에 하나 IMF 예측이 현실화 된다면 한국과 일본의 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25년만에 역전된다. 장기 저성장을 겪는 일본보다 더 낮은 성장률을 보인다는 것은 위기상황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새해들어 각종 지표는 한국경제가 ‘퍼펙트 스톰(perpect storm,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방증이다.
최근 우리 경제의 주춧돌이었던 수출이 역성장으로 돌아서고 경기 하강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이로써 고물가에 내수는 위축되는 등 올해 우리경제는 혹한기의 영향권에 진입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표 반도체 회사들의 부진은 국가 경제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9%로 수출 2·3위인 석유제품·석유화학을 합친 것보다 많다. 반도체 사업이 하반기부터 흔들리자 우리나라 수출은 역대 최악의 무역적자를 나타내기도 했다.
문제는 한국 반도체 사업 업황이 고꾸라지는 와중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개별 기업 혼자서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국회는 정쟁(政爭)과 ‘재벌 특혜 논리’로 반도체 지원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난해 말 업계의 눈높이에 한참 모자란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추가 세액공제 지원 법안도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8%에서 15%,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은 반도체 지원 방안과 관련해 삼성·SK 등 반도체 대기업에 특혜가 돌아갈 것이라며 세제 범위 조정을 원하는 눈치다. 여당 역시 3·8당 대표 선거 등 다른 이슈에 휩쓸려 논의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내 정부의 시큰둥한 분위기와 달리 미국·일본·대만 등 세계 반도체 주요국은 반도체 지원 방안과 보조금 마련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서며 반도체 패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민생경제도 예사롭지 않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 가스 및 기타 연료 물가 지수는 135.75(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31.7%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월(38.2%) 이후 2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8% 올라 2018년 9월(0.8%) 이후 가장 높았는데, 식료품·비주류음료의 기여도가 0.27%포인트로 지출 목적별 12개 부문 가운데 가장 컸다.
다소 하락세를 보이던 물가 오름세의 상승 폭이 다시 커졌다. 공공요금 오름세는 역대 최고였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 100 기준)을 기록해 전년 동월(104.69) 대비 5.2% 상승했다. 이는 전월 상승률 5.0% 대비 0.2%포인트 오름세가 커졌다.
월별 물가상승률은 9개월째 5%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품목성질별로 개별 등락률을 나눠 보면, '난방비 폭탄'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컸던 공공요금 인상 폭이 물가 상승세를 자극했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요금 인상률은 전년 동월 대비 28.3%를 기록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나눠 보면 전기료가 전년 동월 대비 29.5% 올랐고 도시가스는 36.2% 폭등했다. 지역난방비는 34.0% 올랐다.
물가지수에 포함하는 전체 458개 품목 중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 144개로 구성돼 체감물가지수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1% 올랐다.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오름폭이 더 컸다.
식품지수 오름세가 7.0%에 달해 생활물가지수 상승을 더 자극했다. 식품을 제외한 나머지 생활물가지수 품목의 상승률은 5.5%였다.
앞으로도 필수 생계비로 꼽히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대중교통 요금 등의 인상이 예고돼 체감 물가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소상공인 등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의 파급 효과를 키울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여야 정치권은 권력 투쟁과 떼쓰기 정치로 아까운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3·8 전당대회를 앞둔 가운데 당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한 비전 경쟁은 보이지 않고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논란만 확산하면서 당내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전당대회가 이런 상황으로 내몰린 것은 장제원 의원 등 이른바 친윤계의 지지를 받는 김기현 의원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표심을 흡수, 최근 여론조사에 오차범위 내에서 김 의원을 앞선 데 따른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막장드라마를 보자.
오는 3.8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불거지고 있는 윤심(尹心) 논란과 상대 후벼파기 행태는 그야말로 점입가경(漸入佳境), 목불인견(目不忍見)이 따로 없을 정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의원 지지율이 오르자 친윤 핵심의원들이 일제히 안 의원을 향해 “가짜 친윤팔이 후보”라고 몰아세우는가 하면 “대통령에게 태클 걸던 사람” “국정의 힘을 뺄 것” “대선 후보 단일화 효과도 의문”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친윤계가 당초 유력 후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어 결국 중도 하차시킨 ‘나경원 사태’가 얼마 지났다고 또다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통령실까지 윤심 논란에 뛰어들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고위 참모들이 언론을 통해 '안 의원은 윤심이 실린 후보라고 볼 수 없다' 등 전대에 영향을 주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특히 안 의원이 ‘윤-안 연대(윤석열-안철수 연대)’를 내세운 것을 두고 대통령실은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며 안 의원을 공개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정진석 비대위원장으로 하여금 안 의원측에 경고를 날리도록 했다.
반면 자신의 SNS를 통해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대통령실의 (당 대표) 선거 개입이라는, 정당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던 안 의원은 6일 공개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안 의원의 '윤안 연대' 발언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대통령실도 안 의원을 융단폭격하고 나선 데 따른 몸 낮추기이나, 대통령실에 대한 비판과 당권 확보 의지는 분명히 해 향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의 태도를 보면 안 의원은 마치 적처럼 타도 대상이 된 것 같다. 해묵은 감정에다 내년 총선 공천 등이 얽힌 복잡한 함수관계가 읽힌다.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하는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여당 대표에 대한 호불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감별사’를 자처하는(?) 행태는 예전에 없었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원사격과 비호감 후보 배제는 정상적인 정치가 아니다. 국민들은 지금 여권의 진흙탕싸움을 두눈 부릅뜨고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도 도긴개긴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고 "가장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정권이 윤석열 독재 정권"이라며 윤 정부를 파상공세로 몰아붙였다.
민주당은 4일 오후 4시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 169명 가운데 당 지도부를 포함해 의원 90여 명이 참석했다. 일반 시민을 포함한 전체 참여 인원은 경찰 추산 2만명, 주최 측 추산 30만명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벌인 건 지난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운동' 이후 약 6년 만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민주당의 첫 대규모 장외투쟁이기도 하다. 이 대표의 연이은 검찰 소환으로 당내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반격 카드로 장외투쟁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이런 강경드라이브에 비명계를 중심으로 반발하는 기류도 상당하다. 이 대표의 개인 비리 혐의가 검찰수사와 재판 등에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 전체가 깊은 수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장외투쟁을 두고 이 대표가 전국을 돌며 진행한 '국민보고대회'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지만, 당내 비(非)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중도층 표를 잃게 될 것", "강성 지지층에 당 전체가 흔들린다" 등의 지적이 나온다.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쌓여 있는데 장외로 나간다는, 이른바 '방탄투쟁'에 대한 비판 여론도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장외투쟁은 수적으로 열세인 야당이 다수당인 집권여당의 횡포와 독주에 항거(?)하는 차원에서 마지막으로 꺼내드는 고육지책인데, 국회에서 뭐든 못할 게 없는 막강 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이 이러는 것은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지시로 검찰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법안을 무더기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중인 검사를 바꿔달라고 ‘기피 신청’을 할 수 있게 하고, 검사의 이름과 연락처를 법으로 공개하게 하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때 피고인과 변호인이 검찰 측 증거를 사전에 열람할 수 있게 하고, 피의 사실 공표가 의심될 경우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고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법안 등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법안은 이 대표가 작년 말 당내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에 직접 추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되면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 대표가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사실상 ‘이재명 방탄용’ 입법인 셈이다. 당 차원에서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경우 ‘검수완박 시즌2′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을 위해 국가 형사사법시스템을 또 한번 뒤집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검사들의 이름과 담당 업무, 연락처를 법으로 공개하게 하는 ‘검사 정보공개법’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작년 12월 이 대표를 수사 중인 검사들의 실명과 소속, 얼굴 사진 등을 담은 자료를 만들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배포했다. 정보가 공개된 검사들을 향해 온라인상에서 비난과 조롱이 쏟아졌다. 검사들에 ‘좌표’를 찍어 압박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민주당은 오히려 “검찰 신상 공개를 제도화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이번에 실제 법안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러니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등 원내 정당의 비호감도가 여전히 50% 후반을 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게 아닐까. 정당별 호감 여부는 자당(自黨)의 핵심 호감층뿐 아니라, 타당(他黨)과 교차 호감층, 대척점에 있는 정당의 비호감층 등 지지층 확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자료다. 현재로서는 어느 당도 외연 확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풀이된다.
5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달 31∼이달 2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월 1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정당별 호감도를 물은 결과, 국민의힘은 ‘호감이 간다’ 33%, ‘호감이 가지 않는다’ 58%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호감 32%, 비호감 57%였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실시해 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34%로 조사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5%였다.
어쨌든 지금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국민이 보기에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엄중한 경제 안보 외교 상황과 어려운 민생을 염두에 둔다면 이렇게 행동할 수 있겠냐는 것이 민초(民草)들의 볼멘 소리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은 촌음을 아껴 시급한 입법과 정책을 마련하는데 매진하고, 비전과 가치 경쟁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이런 막무가내식 막장 정치는 결국 민심의 외면과 혹독한 심판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유념해야 마땅하다.
권력은 민심의 바다에 떠있는 배임을 명심해야 한다.
바다가 출렁이면 배는 뒤집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