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中직원, 기술 빼돌려···산업 스파이 때문에 ‘골머리’
2023-02-16 진민석 기자
15일(현지시간) ASML은 2022 회계연도 연례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한 직원이 독점 기술과 관련된 데이터를 무단 남용했다(unauthorized misappropriation of data)”며 “즉시 포괄적인 내부 검토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사측은 “(도난 사건이) 사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보안 사고로 인해 특정 수출 통제 규정을 위반했을 수 있다(certain export control may have been violated)”고 덧붙였다.
또 “최근 랜섬웨어, 피싱 공격, 지식 재산권 취득 및 비즈니스에 지장을 주는 행위 등 회사의 기술을 훔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며 보안 강화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중국의 ASML 데이터 탈취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ASML은 중국 둥팡징위안웨이뎬쯔커지(DongFang JingYuan Electron)가 “자사의 지식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ASML 측은 둥팡징위안과 또 다른 중국기업인 XTAL과의 연관 가능성도 제기했다.
XTAL은 지난 2019년 ASML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탈취해 영업기밀을 유용했다는 혐의로 미국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기업으로, 둥팡징위안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리셰 스라이네마허(Liesje Schreinemacher)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렇게 크고 유망한 기업이 경제 스파이 활동에 영향을 받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걱정했다.
한편,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ASML은 최첨단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ASML이 장비를 중국에 공급하면 현지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에 동참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바 있다.
다만 ASML은 지난 2019년부터 이미 네덜란드 정부의 불허로 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진 않지만, 구세대 장비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는 계속 공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 정부에 DUV 노광장비 수출도 금지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