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엄석대’ 빗댄 이준석... ‘새로운 한병태' 천아용인 선택 호소
이준석 “누군가의 자유로운 출마, 커다란 손이 막아” 안철수는 ‘우왕좌왕 하는 반 아이들’ 빗대기도
2023-03-03 이태훈 기자
이 전 대표는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정당(국민의힘)은 국민 세금만 지원받고, 정작 국민 의사를 지도자 선출에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국민 다수의 선거권을 제한했다”며 “누군가가 자유롭게 출마를 결정하려고 할 때마다 커다란 손이 나타나 큰 채찍으로 때리고, 그걸 보고 달려든 하이에나들이 연판장으로 물어뜯으며 피선거권을 박탈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3.8 전당대회 초반, 출마가 유력시되던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한 당내 세력을 질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의 회견 발언을 관통한 주제는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다. 소설에서 엄석대는 반장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불합리한 규율에 저항하는 전학생 한병태를 탄압한다. 소설 초반 담임선생님은 엄석대가 만든 교실의 규율을 눈감지만, 바뀐 담임선생님에 의해 엄석대 왕국은 무너진다. 그의 발언을 미루어볼 때 엄석대는 ‘윤 대통령’, 한병태는 ‘천아용인’, 엄석대를 추종하는 친구들은 ‘윤핵관’, 담임선생님은 ‘국민’으로 읽혀진다.
이 전 대표는 “엄석대가 무너질 때 가장 잔인하게 엄석대에 대한 고발을 아끼지 않았던 학생들의 모습이 기억나는가”라며 “엄석대의 권력을 떠받들면서, 엄석대가 만든 해괴한 시스템하에서 누릴 것을 누리고 남을 집단 공격하는데 앞장서던 그들이 (바뀐) 담임선생님이 엄석대의 비행을 적어내라고 하자 누구보다 앞서서 그를 고발하고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담임선생님은 엄석대도 나쁘다며 꾸짖지만, 그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였던 아이들도 5대씩 때린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6년 전 우리는 국민들에게 호되게 혼났던 집단이었다. 그때 왜 혼났는지도 다 기억할 것”이라며 “그때도 엄석대가 있었고,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들이 있었다”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세력의 붕괴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천하람 · 허은아 · 김용태 · 이기인이 더 큰 힘을 가지고 국민을 대신해 엄석대가 구축하려고 하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게 해달라”며 “이제 이 소설과 다른 결말(한병태가 엄석대에 굴복하지 않는 것)을 당원 여러분께서 써달라”고 이들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이 전 대표는 회견 말미에 “오늘 저는 책 이야기를 했다. 사람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며 직접적 해석을 피했지만, 이 전 대표의 발언은 윤 대통령과 소위 윤핵관이라 불리는 핵심 친윤 의원들을 향해있었다.
이 전 대표는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철수 당대표 후보를 ‘엄석대의 힘에 우왕좌왕하는 반 아이들’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우왕좌왕하는) 그런 사람은 절대 엄석대를 이겨낼 수 없다”며 “엄석대를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할 말을 하는 사람이다. 그럼 점에서 안 후보의 행보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