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드’와 ‘비판’사이···美 도청 의혹 대하는 與의 두 얼굴

목전 다가온 방미에 정부 강경대응 ‘부담’ 옹호 하지만···적지 않은 강경 대응 목소리

2023-04-12     이태훈 기자
▲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11일 한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 조율 등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이태훈 기자 |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으로 정부여당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목전으로 다가온 대통령의 미국 순방이 강경 대응에 걸림돌이 되는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1일 대통령실은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임을 명백히 밝힌다”며 미국에 책임소재를 묻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에 여당 내에서는 크게 두 가지 논리로 정부 비호에 나섰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측 간사를 맡은 신원식 의원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건은 완전한 거짓말로 내용 자체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걸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왜 틀렸다는 것인지 명백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청이 아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직전 당의 정책위의장을 지낸 성일종 의원은 같은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각국이 도청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미국이 우리만 집중적으로 (도·감청)했다고 하면 심각한 문제겠지만 모든 나라가 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안 하겠나. 신문 나오는 정도 가지고 나라 경영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 왼쪽부터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윤상현 의원. 사진=뉴시스
반면,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우리 정부는 (도·감청에 대한) 미 정부의 설명만 들을 게 아니라 실제로 미국의 도청은 없었는지, 대통령실의 정보 보안은 어떤 수준으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자체적으로 명백히 조사해야 한다”며 “우방국 미국에 대해 우리의 당당한 태도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윤상현 의원은 정부의 미진한 대응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윤 의원은 “논란이 터진 지 얼마나 됐다고 정부가 무조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표하냐”며 “그러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나. 덮는다고 덮어질 사안이 아니다”라고 질책했다. 그는 당 지도부를 향해선 “이번에도 정부 따라가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할 말은 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동맹국 사이에 도·감청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기밀문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요구해야 하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통령실의 소극적 대응은 2주 앞으로(4월 26일)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방미를 앞두고 논란을 키우기 부담스럽다는 것.
 
이를 뒷받침하듯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미국의 도·감청 논란에 대해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진 정황은 없다”며 “이 문제는 제3자가 개입됐다”고 화살을 돌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미국 국방장관이 먼저 우리 측에 통화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왔고, 유출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평가가 일치했다”며 “논란이 마무리 돼 가는 단계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방미나 한미정상회담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