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형교회 ‘갑질’에 갈 곳 잃은 교인과 목사

2023-07-21     김시온 기자
▲ E 교회 전경. 사진= 제보자
투데이코리아=김시온 기자 | 기독교대한감리회유지재단(이하 감리회유지재단)의 한 대형교회가 같은 교단 소속의 한 교회와 목사를 상대로 건물을 인도할 것을 요구하는 소를 제기해 승소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문제는 소송에 걸린 교회는 건물에서 쫓겨남과 동시에 돈까지 지불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감리회가 대형교회의 횡포를 방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단 소속 교회에 소송 건 대형교회

21일 <투데이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F 교회를 운영 중이던 A 목사는 지난 2012년 11월 25일 분립개척을 통해 본인의 아들 B 목사에게 E 교회를 개척해줬다.
 
하지만 B 목사는 2018년 병을 얻어 숨졌고, 감리회의 인사구역회에 따라 C 목사가 E 교회로 부임했다. 또 A 목사가 목회하던 F 교회는 2016년 그의 친동생이자 같은 교단 소속 목사인 D 목사에게 넘겨줬다.

문제는 감리회유지재단이 B 목사가 숨진 뒤 2019년 C 목사에게 “E 교회는 A 목사가 구역회 의결 없이 구역회 회의록과 부동산임대차계약서를 권한 없이 작성해 B 목사에게 사용하게 한 것”이라며 “E 교회는 정당한 권원 없이 건물을 점유하고 사용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발생했다.

그러면서 감리회유지재단은 C 목사와 E 교회에 건물을 감리회유지재단으로 인도할 것을 요구하며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E 교회 측은 “판결문상 원고가 감리회 유지재단으로 기재됐으나, 사실은 F 교회의 D 목사가 유지재단 측으로 소송을 위임한 것”이라며 “사실상 지금 E 교회에 소송을 건 것은 유지재단이 아니라 D 목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A 목사가 아들인 B 목사에게 교회를 개척해주고 이후 수년 동안 목회할 때는 아무런 이의 제기가 없었다가, 가족이 아닌 C 목사가 E 교회에 부임하자 갑자기 E 교회의 개척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다툼 속 수원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지난 14일 C 목사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했지만, C 목사가 시무 중인 E 교회 측은 감리회유지재단으로 모든 부동산을 인도하라고 판시했다.

또 2018. 9. 1부터 2019. 2. 28까지는 월 8,358,000원, 2019. 3. 1부터 2020. 2. 28까지는 월 8,635,000원, 2020. 3. 1부터 2021. 2. 29까지는 월 8,911,000원, 2021. 3. 1부터 위 각 부동산 인도 시까지는 월 9,252,000원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소송에 대한 감리회 교단의 입장

감리회 로고. 사진=기독교대한감리회 홈페이지 
이번 소송과 관련해서 교단 관계자는 “감리회에서는 F 교회에서 발생한 재산을 증여 형태로 기독교대한감리회유지재단으로 편입시키고 있으나, 이는 소유권만 넘어오는 것이지 재산관리권은 F 교회에서 가지고 있다”라며 “E 교회의 경우 A 목사와 B 목사가 운영 중인 F 교회에서 형성한 재산이고, 그렇기에 F 교회가 관리권을 가진 상황이다. 소송 역시 유지재단이 주체가 되어 진행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앞서 E 교회 측이 주장한 “원고는 기독교대한감리회로 되어있지만, 실질적으로 소송을 건 것은 F 교회의 D 목사”라는 것이 교단을 통해서도 확인되는 대목이다.

 

대형교회의 횡포로 갈 곳을 잃은 목사와 교인

▲ F 교회의 D 목사가 기독교 대한감리회 유지재단에 보낸 소송 대리 위임 신청서. 사진=제보자 

이러한 E 교회 측의 주장이 본지의 취재 결과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F 교회의 D 목사는 해당 소송 건과 관련해 지난 2020년 9월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에 ‘소송 대리 위임 신청서’를 발송했으며, 해당 서류에는 D 목사의 직인이 찍혀있다.

즉, 가족에게 분립 개척해준 교회에 다른 목사가 부임하자 소유권을 가져오기 위해 교회와 목사를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이다.

E 교회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교단은 더 이상 큰 교회의 행패에 대해서 방임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E 교회의 담임 교역자 C 목사는 “교인들이 갈 곳을 잃게 될 상황이다. 분립개척 후 이런 행동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일축했다.

F 교회의 D 목사는 교회 직원을 통해 “인터뷰가 어렵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