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심제보] 종로구 불법 공사 은폐 의혹 ···‘혈세’로 재판까지
2023-12-22 김시온 기자
22일 <투데이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17년 5월부터 11월 사이 종로구 명륜4가의 한 필지에서 빌라건축주 A씨가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 빌라를 건축하는 과정에서 국가와 지자체 관할의 공공하수관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공공하수관 훼손이후 이를 수습하기위해 나선 종로구 관계자들이 해당 공공하수관을 훼손한 것이 A씨가 아닌 종로구라고 증언했다는 점이다.
또 A씨는 공공하수관을 훼손한 이후 종로구에게 하수관 이설을 요청했는데, 하수관이 옮겨진 땅은 A씨 소유가 아닌 인접해 있는 B씨의 땅이었다. 즉, A씨는 종로구에게 타인 소유의 토지를 무단 굴토하고 하수관을 매설해 달라고 요청했고, 종로구는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특히 하수관이 매설된 지점은 B씨 건물과 인접한 곳으로, B씨는 “작업자들이 하수관로 매설을 위한 굴착 공사 시 노후화된 건물이 붕괴할 수 있음을 인지했음에도 무자격자가 기존 하수관로를 철거하도록 방치한 뒤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이설공사를 강행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B씨는 종로구에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고, 서울고등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주며 종로구가 20,733,741원의 배상액을 지급하라고 결정 내렸다.
문서도 없이 진행된 공사와 종로구청 관계자의 번복
종로구청 관계자는 해당 공사에 대해 “임시하수관에 누수가 생겨 양일간에 긴급 공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긴급하게 진행된 건이라 별도의 서류 없이 구두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 기준 제 13장 공사계약 일반조건 3 통지 등의 방법과 효력 가’에 따르면, 구두에 따른 통지 등은 문서로 보완되어야 하지만 해당 건의 보완 문서는 공사가 끝난 지 5년 6개월가량이 지난 현재까지도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종로구청 관계자 C씨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법원 준비서면 등에서 “A씨가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지하에 공공하수관로가 매설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에 따라 건축행위가 불가능해지자 피고 종로구에게 사유지에 매설되어 있는 위 공공하수관로의 이설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C씨는 2017년 6월 26일에 통지된 국민신문고 답변에서도 “사유지 내 공공하수관은 원칙적으로 이설하게 되어 있어 사유지 내 하수관로를 철거하고 기존 하수 흐름에서 반대방향으로 유로변경을 검토하기 위해 2017.5.16~2017.5.17 현황측량 및 지장물 조사를 시행했다”고 적시해 공공하수관이 철거되기 전에 종로구가 방문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C씨와 종로구청의 주장은 번복된다.
우선 종로구와 C씨는 또 다른 법원 준비서면 재판부 석명 사항에 대한 답변에서 “2017년 5월 16일경 지장물 조사 당시 하수관로가 존재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현장 조사를 하였을 때 기존 하수관로는 철거되어 있었다”고 전했으며, 지난 19일 <투데이코리아> 취재진과의 통화에서도 종로구 관계자는 “공공하수관은 우리가 철거한 것이 아니다. 현장을 가보니 이미 철거가 돼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준비서면과 국민신문고 답변에서 종로구가 공공하수관로를 철거한 것처럼 언급 했으나, 또 다른 준비서면과 취재진과의 통화 등에서는 종로구 담당자들이 현장을 가보니 이미 하수관이 철거된 뒤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 외에도 종로구청의 번복은 다수 확인된다.
2017년 5월 22일과 23일의 공사문서가 없다고 밝힌 종로구청 측은 법원 준비서면 재판부 석명 사항에 대한 답변에서 “임시하구관공사를 2017.5.22과 5.23 이틀 동안 한 것인지”라는 질문에 “임시하수관공사는 유건건설의 작업일보에 따르면 5.22, 5.23 양일 간 진행됐다”고 말했다.
종로구청, 내부 자료서도 거짓말?
하지만 당시 현장 사진을 보면 육안으로 봐도 1m를 훨씬 넘어서는 깊이로 굴착돼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응소사유서를 제출해 세금으로 법적인 송사를 다투고 결국 배상금까지 지급하게 된 것이다.
법원의 판단과 B씨의 입장
법원은 B씨의 건물 외벽이나 기둥, 내벽 곳곳에 균열이 발생한 것과 종로구의 하수관공사에 대한 인과관계를 인정해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영조물 설치·관리하자 책임에서 손해배상책임 등으로 20,733,741원의 배상액 지급을 결정했다.
실제로 기술법인 단평의 감정에 따르면 종로구의 하수공사로 인해 B씨 건축물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75%까지의 파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B씨는 재판 승소 이후에도 여전히 이번 사건에 의문이 남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 사건은 빌라건축주가 행한 불법공사를 은폐해 주기 위해 종로구청은 자신들이 공사를 했다고 거짓말한 사건”이라며 “이 과정에서 종로구청은 국민의 무지를 이용하여 끊임없이 거짓말과 번복을 거듭하고, 억지를 부리면서 저를 기망했다. 6년간의 싸움 끝에 법원의 판결로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진실이 규명되기는 커녕 오히려 법원 판결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종로구청이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것처럼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