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가에 안보는 후순위가 될 수 없다

2024-07-05     진민석 기자
▲ 진민석 기자
한반도라는 좁디좁은 반도는 그 크기가 무색하게 지정학적 리스크로 점철되어 있다.
 
역사적으로도 크고 작은 격랑에 휩싸여 온 동아시아에 위치한 작은 반도는 최근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전보다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8일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벌이고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에는 군사협력 확대가 가늠되는 내용은 물론 ‘자동 군사개입’으로 읽히는 조항도 포함됐다. 자위권을 규정하는 유엔헌장 51조와 국내법, 또 침략당해 전쟁 상태가 됐을 때라는 전제를 붙였지만, 냉전 시대 군사동맹에 준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드문드문 들려온다.
 
이 때문에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수위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시선도 자주 엇비친다.
 
특히 러시아 외무차관은 급기야 “수십 년간 축적된 (한·러 양국의) 건설적 파트너십을 파괴한 책임은 한국의 현 지도부에 있다”는 전형적인 적반하장의 태도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를 등에 업고 기세등등한 모양새다.
 
지난 5월28일부터 한 달 새 담배꽁초, 분변 가루 등을 넣은 수백 개의 오물풍선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이 같은 북러의 거듭된 도발에 기인한 안보딜레마로 안보적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 옵션을 종용받고 있는 대한민국은 미국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첫째는 미국의 전술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로, 기술적으로는 남한에 핵무기가 있어야 북한의 위협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핵무장론의 배경이다.

앞서 전술핵은 1950년대부터 남한에 배치되기 시작해 1977년까지 최대 686기가 배치된 바 있으나 이후 서서히 줄어 냉전 종식 직후인 1991년 말에는 완전히 철수됐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방한한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직접 접견해 ‘북·러 동맹 복원’과 관련해 한미 동맹 간 대응 방안을 상의하는 등 북한과 그 우호국들의 도발에 긴밀히 공조해 나갈 태세를 갖추고 있다.
 
다만 역사적으로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는 한미일 연합은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정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대선 후보에 대한 전국 여론조사의 지지율 평균치 분석을 보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6%로 동률을 보였으나 최근 진행된 TV 토론으로 인해 이들 후보는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해 현저히 부진한 모습을 보인 탓에 현지 시민사회에서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후보 교체론’이 급물살을 타는 형국이다.

실제로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고 후보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며 당내 주류 대부분이 이러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기를 잡는 모양새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만일 이번 11월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된다면 미 정부의 안보 공약 또한 바뀔 가능성이 높아 일각에서는 자체 핵무장을 통해 안보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빅터 차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한 전문지에 기고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현실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전통적 동맹들을 적으로 간주하는 한편, 공산 정권들의 독재자들과 관계를 돈독히 할 태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용산의 결단만으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결코 아니다. 국회의 동의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반대 여론을 이겨내야만 두 선택지에 다가갈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을 두고 74년 전 김일성을 필두로 동도 트기 전 벌어진 북한의 남침과도 비슷하게 맞물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역사가들은 당시 소련 지도자였던 이오시프 스탈린의 승인이 없었다면 남침은 없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탈린의 승인으로, 대한민국은 6·25전쟁을 겪었고 약 150만명이라는 사망자와 부상자 350만명이라는 미증유의 인명 피해를 두 눈으로 목도했다.
 
국가의 존속을 위해 안보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