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탐욕’이 만드는 투기···무리한 ‘빚투’ 경계해야
2024-07-09 서승리 기자
가치 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월가의 전설적인 인물 벤자민 그레이엄은 “개인 투자자는 투기꾼이 아닌 투자자로서 일관되게 행동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가 언급한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 중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거액을 동원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빚투’와 같은 본인의 능력을 벗어나 무리한 금액을 투자하는 사례 등을 떠올려볼 수 있다.
지난 상반기 미국의 증시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해왔다. 지난 3일(현지시각) 나스닥은 전날 대비 159.54포인트 오른 1만8188.30으로 거래를 마감했으며, S&P500 지수는 5537.02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도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진전을 보였다고 평가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처럼 뜨거웠던 상반기 주식시장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원하는 수익률을 달성하는 등 성공적인 투자를 통해 큰돈을 얻었지만, 무리한 빚투로 인해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짊어지고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되는 안타까운 사례들도 기억하며 본인의 능력에 맞는 투자 범위가 무엇인지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특히 주식시장의 뜨거워진 열기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될 전망이 나오는 만큼 앞서 언급된 벤자민 그레이엄이 언급한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보고 본인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금액 중 어느 정도 비율이 과연 본인 능력을 벗어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한달 전보다 4조973억원 증가한 58조31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월 1일 기준으로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주식 매수를 위해 투자자들이 증권사 계좌에 넣어놓은 자금으로, 현재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상태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만큼 ‘빚투’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다수 나오고 있다. 시장의 열기가 높아지는 만큼 변동성으로 인한 반대매매가 발생해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KRX)의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달 21일 기준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11조4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 6월의 최고치에 근접한 것으로 2년 만에 다시 최고점을 뚫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불과 몇 달 혹은 몇 주 만에 가파르게 우상향하는 주가 그래프를 쳐다보면 투자자들은 달콤한 수익률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는 동시에 “시드 머니가 더 많았더라면”과 같은 아쉬운 감정도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조기에 경제적 자유를 원하는 ‘파이어족’이 하나의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근로소득을 제외한 재테크나 주식투자 등에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본인의 투자자금을 무리하게 설정할 가능성도 있다.
미리 정해놓은 알고리즘을 통한 프로그램 매매가 아닌 이상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에는 감정적인 요소 등이 작용해 100% 이성적인 판단은 힘들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탐욕’과 같은 요인이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며 ‘투자’가 아닌 ‘투기’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탐욕’,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을 뜻하는 단어로 주식시장에서도 이 단어가 사용되는 관련 지표가 있다. CNN비즈니스에서 제공하는 ‘공포탐욕지수(Fear & Greed Index)’가 바로 그것이다.
투자자들에게 있어 시장의 심리를 가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공포탐욕지수’는 단어 본연의 의미대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얼마나 공포에 질려있는지 혹은 과도한 욕심에 사로잡혀있는지를 지수형태로 알려줘 투자 지표 중 하나로 사용된다.
해당 지수는 0부터 100까지의 수치로 표기되는데 0에 가까울수록 위험회피를 위한 과도한 매도세를 나타내고 100에 다가갈수록 과도한 매수세가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활용해 포트폴리오 구성의 변화를 주거나 리스크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등 투자자들은 투자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다만, 투자전략 지표로 사용하는 동시에 해당 지수에 포함된 ‘탐욕’이라는 단어의 뜻을 생각해 본인 능력을 벗어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공포탐욕지수’외에도 변동성 지수 등 시장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다양한 지표들이 존재한다. 투자자들이 해당 지표들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를 통해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동시에 이성적이고 현명한 투자계획을 세워 성공적인 수익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빚투’, ‘영끌족’과 같은 투자가 아닌 투기를 연상시키는 단어가 주식시장에서 사라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