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종교의 자유, 범죄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2024-07-18 김시온 기자
대한민국 헌법 제20조는 종교의 자유에 대해 이같이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로서, 특정 종교를 믿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 반대로 특정 종교를 비판하거나 탈교를 강요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종교의 자유가 범법행위나 타인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법을 벗어나는 행위들에 대해서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종교단체는 ‘종교’라는 이름을 성역으로 삼아 윤리·도덕적으로 잘못된 사건들을 벌여왔고, 더 나아가 참담한 범죄행위가 자행되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사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이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종교’라는 이름을 앞세워 신도들을 착취한 ‘종교사기꾼’들에 대해 다뤘으며, 특히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 총재를 집중 조명했다.
정명석은 지난 2008년 여신도를 성폭행한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으나, 출소 직후 또다시 다수의 여신도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현재 구치소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정 총재는 이번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으며, 항소심을 진행 중인 피해자 외에도 19명의 여신도가 추가로 고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이 중에는 미성년자 피해자도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MS 신도 상당수는 여전히 정명석을 ‘메시아’이자 ‘시대의 사명자’로 믿고 따르고 있다.
이는 비단 JMS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또 다른 종교단체에서 여러 목회자에 의해 다수의 성피해자가 드러나는 사건이 일어났다.
“나 한 사람 때문에 온 천하에 알려질 우리 가족들의 눈물과 온 교회의 통곡 소리를 듣고 있다”
세계복음화전도협회(이하 다락방)의 한 성폭력 가해자 목사 A 씨가 20여 년 전 자신이 저지른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가 공론화 할 조짐을 보이자 이를 막기 위해 성 피해자에게 한 말이다.
A 씨가 이런 발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락방이 지금까지 보여온 행태 때문일 것이다. 단체 내에서 성 비위가 발생하면 가해자에게 징계 및 고발 조치하고, 피해자는 보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해당 단체에서는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편을 들어줬다. 가해자를 옹호했으며, 피해자를 향해서는 침묵할 것을 종용해왔다. 이런 안일한 태도는 결국 단체 내에 범죄행위가 만연히 퍼지는 결과를 낳았다.
문제는 이런 단체들이 ‘종교’라는 탈을 뒤집어쓰고 지역사회에 독버섯처럼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교의 이름을 빌려 범죄를 저지르고, 신도들을 세뇌시켜 잘못된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 이는 종교적 극단주의와 다름없어 보이며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고 있다.
종교가 종교로서의 제 역할을 하려면 교육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종교적 신념과 맹신의 차이를 이해해야 하고, 종교 지도자의 권위가 법적 윤리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종교 교육을 통해 올바른 윤리적 가치관을 심어주고, 종교적 세뇌와 맹신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사회도 이러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종교단체의 범죄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종교단체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종교단체에서 벌어진다고 종교 문제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많게는 수십만 명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명백한 ‘사회적 문제’다.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범죄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