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믿고 싶지 않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 수습에 총력을 다해야

2024-12-30     김신웅 편집국장
▲ 29일 오전 9시7분께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방콕발 무안행 제주공항 여객기가 착륙 과정에서 불시착한 뒤 불이 났다. 사진=뉴시스
올해 마지막 일요일인 29일 오전, 도저히 믿고 싶지 않았던 소식이 들려왔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 후 언론에 제보된 수많은 영상을 보면,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는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할 당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바닥이 활주로에 그대로 닿은 채 약 10초간 활주로를 그대로 직진했다.
 
속도를 줄이지 못한 여객기는 이내 활주로를 이탈해 공항 벽을 그대로 들이 받으면서,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신고 접수 이후 43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지만 이미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난 상황이었다.
 
당시 사고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등 총 181명이 탑승한 상태였지만, 꼬리칸에 탑승하고 있던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소방 당국은 사고 당일인 29일 오후 8시 38분께 탑승자 179명 모두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정확한 신원 확인 작업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경찰 측은 고인들의 DNA는 채취했기에, 유가족들의 DNA를 채취해 신원 파악이 안된 희생자들을 빠르게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통상 채취된 DNA를 국과수에 긴급의뢰 하더라도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하루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도 이번 사고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서고 있다.
 
정부는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여 만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했으며, 중대본부장까지 맡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남 무안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예고하고 국가애도기간을 지정했다.
 
물론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되는 등의 극심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 대통령과 총리 권한대행을 포함한 1인 3역을 맡고 있는 최 대행이 과부화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또 국가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불안하다는 견해도 함께 나오고 있다.
 
특히 최상목 대행이 이번 사고 외에도 챙겨야 될 사안들은 현재 너무 많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불안은 더 가중되고 있다. 환율은 1500선을 향해 빠르게 질주하고 있고, 내수는 침체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야당이 요구하는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과 특검법 수용에 대한 결정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여야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쟁은 멈추고 합심해 정국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국가적 비상사태 속 참사를 수습해야 할 국무위원 다수가 공석인 상황은 아쉬움이 남는다.

또 말도 안 되는 음모론부터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 선 넘은 발언까지 나오고 있는 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항공기 사고의 경우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까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걸리는 만큼, 사고 원인에 대해 섣부른 판단은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2013년 7월 아시아나항공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2명 사망, 181명 부상)의 경우 원인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11개월이 걸린 바 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측은 이번 사고 원인 파악에 중요한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FDR은 일부 분리되면서 해독에만 한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FDR은 비행 중의 항공 정보를, CVR은 조종실에서 발생한 모든 소리를 저장하기에 사고 원인을 규명할 첫 단추로 알려져 있다. 다만, FDR과 CVR 해독 작업이 전체 조사의 방향성을 정하기에, FDR 해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경우 전체적인 조사 작업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사고 원인을 둘러싼 여러 추측과 주장은 제기될 수 있으나, 자기가 주장하는 생각이 최종 결론인 마냥 이야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11년 만에 벌어진 국적 항공기 사망 사고이자, 1997년 8월 대한항공 801편의 괌 공항 착륙사고로 228명 사망한 이후 가장 인명 피해가 많이 발생한 사고가 됐다. 한 순간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심정은 그 누구도 가늠할 수 없고, 신원 확인 후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울부짖는 절규의 목소리로 무안공항 대합실은 장례식장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상황 속 유가족을 향한 도 넘은 인신공격성 발언,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 등은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만 초래하기에, 정부 차원의 조속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 여야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무분별한 정쟁뿐만 아니라 ‘당리당략’과 ‘정치공학적’ 판단으로 유가족들이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아야 될 것이다. 특히 제주항공과 애경그룹 역시 무안에 내려가서 사과만 할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이번 사고 수습에 총력을 다해야될 것이다. 전 국민이 애도하고 있고, 이번 사건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