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돌멩이만 던지는 추모 방식, 死者를 향한 애도는 어디로

2025-01-16     김시온 기자
▲ 김시온 정책사회부 기자
고작 3일 뒤면 2025년이라는 새로운 희망에 들떴던 우리에게 179명의 생명을 떠나보내야 하는 비극이 들이닥쳤다.

사연 없는 죽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이 중 2021년생 어린아이도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미 통탄을 금치 못했던 우리에게 슬픔을 더했다.

이러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이후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지만, 사망자와 유족을 비난하는 비인간적인 모습도 포착되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지난달 29일 오전 9시 7분경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랜딩기어에 문제가 발생해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여객기를 몰던 기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사명감을 가지고 조종석에 앉아 패널에 손을 얹은 채 비행기를 멈추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속도를 줄이지 못했고, 결국 탑승자 181명 중에서 179명이 가족의 품을 떠나 기나긴 여행길에 오르게 됐다.

사고로 인해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마음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또 다른 고통을 마주해야만 했다. 일부 대중들의 무개념한 비난과 조롱이었다.

사고 당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가족만 횡재’라는 조롱성 글이 올라왔다.

의사와 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디스테프’에는 ‘사고 현장 텐트에서 국시 공부하는 정신은 존경한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제주항공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20대 의대생 A씨의 인터뷰 기사가 첨부되어 있었다.

기사에서 A씨는 “우리 엄마가 이번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해 1년 더 공부하기를 원치 않으실 것”이라면서 재난 구호 텐트에서 의사 국가고시를 준비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메디스테프 이용자 일부는 “자식이 죄인인데 벌은 부모가 받았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이라며 악성 댓글을 달았다.

A씨는 범죄를 저지르거나 누군가에게 피해 끼치지 않았다.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안타까운 대학생일 뿐이다.

유가족 대표 박 대표를 둘러싸고도 각종 루머가 돌았다. 그가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며, 유가족이 아님에도 유가족 단체 대표를 맡았다는 것이다.

이에 박 대표의 딸은 자신의 SNS에 자신의 작은 아버지이자 박 대표의 동생의 이름이 적힌 탑승자 명단 사진을 올리고 “사기꾼이라는 단어가 댓글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라고 호소했다. 

탑승객을 살리기 위해 끝까지 혼신의힘을 다한 기장을 둘러싼 가짜뉴스도 무분별하게 퍼져나갔다.

사고기 기장이 여성이라면서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주장과 조종사 생환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사고 자체가 계엄령과 내란 이슈를 덮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거나 사고가 아닌 테러이기에 미리 알고 영상을 촬영한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일파만파 퍼졌다.

심지어는 사망자들이 저비용항공사(LCC)를 이용했기에 책임이 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4일 오후 5시 기준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악성 게시글 99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44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수사당국의 노력과는 별개로 유족들의 마음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세월호나 이태원 등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할 때마다 이러한 가짜뉴스와 사망자를 향한 비방 글은 쏟아져 나왔다.

이태원의 경우 “사망자들이 마약을 복용했다”, “유명인이 몰리면서 사람이 죽은 것”이라는 가짜뉴스가 만연했고, 이를 믿은 일부 대중은 사망자를 비난하기도 했다.

세월호도 사망자 유족이 ‘대학교 특례 전형’을 받을 수 있다는 가짜뉴스와 ‘공무원 시험 가산점을 받는다’라는 루머 등이 돌아 유족을 괴롭혔다.

이러한 가짜뉴스와 루머들이 과연 사망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노력인지, 자신의 호기심과 스트레스를 풀어내기 위한 무책임한 유희인지 돌아봐야 할 때다.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 특히 인간의 생명은 더욱 그러하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응당 애도이고 추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