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직 칼럼] 경제 먹구름, 그래도 희망은 민초(民草)다
2025-01-08 권순직 논설주간
윤석열의 내란에 버금가는 비상계엄, 대권을 손에 쥔 듯 행세하는 이재명 ... 이 두 가지로 요약되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가히 무정부 상태다.
대통령은 연금상태다. 언제 수갑 차고 감방 갈지 풍전등화다. 총리는 탄핵 상태고, 대통령 대행인 경제부총리까지 거야(巨野)의 탄핵 위협 상태다.
대통령 국무총리 법무 국방 행정안전장관, 방통위원장 서울중앙지검장 서울중앙지검차장 서울중앙지검반부패부장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육군참모총장 방첩사령관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 정보사령관 방첩사1처장 방첩사수사단장 등등이 탄핵 또는 공석이다.
주요 국무위원 및 군 고위층이 이처럼 장기 공석인 경우가 건국 이래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의문이다.
여(與)건 야(野)건 날만 새면 서로 죽일 듯 살릴 듯 험악한 막말이 난무한다. 국민들은 피로하고 화난다.
정국 혼란에 경제 불안 가속
정치권이 이처럼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휩싸여 출구가 안보이는 사이, 경제에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8%로 잡았다. 계엄 사태 이전에 나온 한국은행(1.9%)과 KDI(2.0%) 예측보다 낮다.
해외에서 보는 한국 경제는 더 어둡다. 정국 불안의 조기 수습이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 글로벌 투자은행들(IB)은 한국의 ‘성장률 쇼크’를 경고하고 나섰다.
바클레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씨티 골드만삭스 JP모건 HSBC UBS 노무라 등 주요 투자은행들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은 평균 1.7%다. 1%대 초반으로 전망하는 곳도 있다.
비상계엄과 이로 인한 정국 혼란이 한국 경제를 불안하게 보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몰아닥칠 관세 폭탄, 이에 맞선 중국의 덤핑공세, 그리고 환율 상승과 인플레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한꺼번에 밀어닥칠 것으로 우려된다.
올 우리 경제는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시련에 직면한 가능성이 높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대통령과 총리가 탄핵되고 또다시 탄핵이 이어지는 등 정치 리스크가 가속화, 국가 신용등급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며 “국가 신용등급은 한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기가 매우 어렵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크다”고 우려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국내 기업과 기관의 외화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진다.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국가신용등급이 10단계나 급락했다. 2001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졸업했지만 14년이 지난 뒤에야 신용등급이 이전 상태로 회복했다.
정치와 경제 분리 필요
정치 불안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만은 원활하게 돌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권에서 경제문제에는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 한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에도 경제만은 전문가들에게 맡겨 안정을 도모했다. 한덕수 총리나 최상목 대행은 경제통이다. 적어도 이들이 경제만은 책임지고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들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여 비난 협박 탄핵해서는 올바른 경제 대응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힘든 건 서민이다. 영세 기업일수록 더 어려워진다.
고소득층이야 그런대로 견뎌내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고통이 가중되기 때문에 세심한 배려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래도 우리에겐 정치인들보다 수십 배, 수백 배 현명한 민초(民草)들이 있어 희망이 있다. 어려울수록 손잡고 역경을 헤쳐나온 경험이 있다.
권력 놀음에 빠져 나라 걱정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는 정치인들과 달리 서민들은 생업에 충실한다.
시장을 가보자. 계엄이 뭐고, 탄핵이 뭐냐는 표정으로 열심히들 살아가고 있다. 출퇴근길 지하철을 타보라. 젊은 직장인들 활기차다.
기업 현장도 쉴 새가 없다. 기업 활동 발목 잡는 일만 없다면 세계 시장을 넘나드는 우리 제품 생산 걱정할 것 없다. 제발 기업 활동을 돕는 일에 힘써주기 바란다.
민생 외면하고 권력 놀음에 빠져있는 정치인들은 한번쯤 되돌아보라. 연말 어려운 이웃 돕기에 나서는 서민들의 발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