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I 교과서, 교육 혁신인가 정쟁의 도구인가
2025-02-13 김유진 기자
올해 3월 도입 예정인 AI 교과서(AIDT)의 법적 지위를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인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정부는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과 교육 혁신을 이유로 AI 교과서가 교육자료가 아닌 교과서의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저희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인공지능 교과서가 교과서 지위를 유지하면서 현장에 접목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교과서 지위가 박탈될 경우,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헌법 가치와도 명백히 위반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히 논란을 의식한 교육부는 국회의 개정안 재표결 결과와는 무관하게 올해 1년간은 의무 도입이 아닌 학교별 자율 선택에 맡기기로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에 AI 교과서의 지위는 가까스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야당의 거센 반발로 아직까지 정치권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AI 교과서 청문회’에서 이 부총리가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에듀테크 업체들로부터 1억원 상당의 기부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부총리는 “아시아교육협회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라며 “공익 업체가 기부를 받는 것은 절대 사적 이해관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후 계속해서 야당 의원들은 AI 교과서의 효과성과 정당성을 두고 날 선 질문을 이어갔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최소한 서책형 교과서가 개발 기간 검정심사, 채택 수업 준비가 여러 날이 걸린다”며 “AI 디지털교과서는 개발 기간이 12개월이다. 검정 심사가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진선미 민주당 의원도 “모든 사업이 다 효과는 있다. 그러나 엄청난 돈을 들여가지고 얻는 효과가 제대로 있느냐가 판단이 돼야 되는데 지금 디지털교과서는 그게 전혀 안 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이러한 지적에도 AI 교과서가 교육자료가 아닌 교과서의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AIDT의 교과서 지위는 유지돼야 지적 재산권, 정보 보호 문제 등이 해소된다”며 “교과서 지위는 유지하더라도 자율 활용토록 해 점진적으로 현장에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같은 AI 교과서 정쟁화에 교육 현장은 물론 AI 교과서를 제작한 출판사 및 에듀테크 벤처·스타트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천재교과서와 와이비엠 등 AI 교과서 발행사 6곳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AI 교과서를 원안대로 학교 현장에 도입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 발행사는 “정부의 엄격한 개발 가이드라인에 맞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수백 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였으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그간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고스란히 손해로 돌아올 처지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AI 교과서가 교육자료로 바뀔 경우, 품질 저하와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저작권료가 올라가 구독료도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교육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디지털 과몰입에 대한 우려, 문해력 저하 문제, 예산 부족 등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어 교육 현장은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해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디지털 기기 중독 문제, 개인정보 보호 및 디지털 격차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당국은 합리적 대안을 내지 못한 채 우선 도입 입장만 고집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물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과 디지털 혁명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동시에 AI 교과서가 가져올 수 있는 단점들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교실이 정치적 싸움의 전장으로 변하는 사이, 아이들이 배워야 할 지식과 평등한 교육의 의미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 봐야 한다.
AI 교과서가 교육 혁신의 중요한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 학생들의 삶과 미래를 위한 진정한 가치 창출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싸움을 멈추고 해법을 찾아야만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