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칼럼] 2036 전북올림픽 유치 성공하려면

서울 포함한 공동 개최로 승부 걸어야

2025-03-07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지난 2월 마지막 날 열린 대한체육회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 전북이 2036 하계올림픽 개최 국내 후보 도시로 선정됐다. 올림픽 종목 국내 경기단체 회장단 중심의 대의원 61명이 참가한 후보 도시 선정 투표에서 전북이 49표를 얻어 11표에 그친 서울을 누르고 압승을 거뒀다. 무효 1표. 1988 올림픽을 성공리에 치른 서울이 시설이나 재정, 인력 등 개최 역량과 국제 인지도 등에서 월등하게 유리해 쉽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북이 지역 분산 개최를 내세워 판을 뒤집었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개최에 맞서 국가 균형 발전을 염두에 둔 전북의 전략적 승리였다고 평가할 만하다.

김관영 지사를 비롯한 전북도와 체육단체, 주민들은 대의원 총회 선정 결과를 한결같이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적을 만들어 냈다’고 감격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투표를 거쳐 유치가 확정되기까지 넘어야 할 과제는 아직 산적해 있다. 세계 청소년 야영 축제인 2023 새만금 잼버리를 개최했다가 준비 소홀로 초래한 실패가 아직 국민들의 의구심으로 남아 있다. 서울하계올림픽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사례를 참작하면 유치를 원하는 나라의 국민 호응도와 참여 의향이 IOC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북은 수도권과 지방의 경합이라는 국내 후보지 선정 구도에 매몰되지 않고 국민적 지지를 확보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남은 국내 절차는 문화체육관광부에 국제행사 개최계획서를 제출해 승인받고 기획재정부 국제행사 심사위원회를 거쳐 행사개최협약을 체결하는 단계 등이다. 이후 IOC에 유치 의향서를 내 미래유치위원회 심사를 거쳐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되면 IOC 총회 투표에서 최종 확정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IOC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올해 6월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만큼 이후 내년까지 개최 지역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유치는 해당 지역의 발전과 인프라 개발, 관광, 인지도 상승 등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두드러져 지역뿐 아니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까지 2036 하계 대회에 유치 의사를 밝힌 국가는 인도네시아(누산타라) 튀르기예(이스탄불) 인도(아마다바드·뉴델리) 칠레(산티아고)와 이집트 카타르 이탈리아 헝가리 등 10여 나라에 이른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곳도 있지만 경쟁은 벌써 달아올랐다. 국내 후보지 선정을 위한 경합에 비해 선정 이후 국가 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유치 전략이 훨씬 어렵고 치열하다. 

IOC는 2014년 ‘올림픽 어젠다 2020’을 발표했다. 종전에는 특정 도시를 내세워 올림픽을 치르되 일부 종목에 한해 분산 개최를 허용했으나 미래유치위원회 설치하고 국가 간, 도시 간 공동 개최를 허용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기존 시설 활용과 함께 지역 분산 개최와 연대를 통해 지속 가능성과 환경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남미 최초의 올림픽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정치적 불안과 부실한 선수촌 관리, 오심 등으로 오점을 남긴 2016년 리우 올림픽을 거울로 삼아 가급적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환경 오염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회를 운영함으로써 올림픽 운동을 고양하자는 취지다. 올림픽을 치른 국가와 조직위원회가 지나친 재정 부담과 시설 과잉, 환경 오염 등으로 곤경에 처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것이다.

잼버리 실패 만회할 전략 필요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은 2036 대회 유치전에서 IOC 회원국들의 긍정적 반응을 얻는데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반대로 과잉 기대와 책임 전가 등 준비 소홀로 실패한 새만금 잼버리대회의 아픈 경험은 올림픽 전북 유치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국내 후보지로 선정된 전북은 IOC 어젠다에 맞춰 기존 시설을 활용, 분산 개최를 실현하고 환경보호에 앞장선다는 강점을 살려야 한다. 전북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비수도권 즉 지방도시 연대를 내세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치른 대구에서 육상을 개최하고 광주(양궁장·수영장) 충남 홍성(테니스장) 충북 청주(다목적실내체육관) 전남 고흥(남열해돋이해수욕장) 등으로 여러 종목을 분산 개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88올림픽을 흑자 대회로 성공한 한국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서는 지방도시 연대에 그칠 게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분산 개최로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서울-전북 공동유치는 이미 국내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제시됐다가 무산된 구상이지만 전북이 과감하게 분산 개최를 확대해 사실상 공동유치 수준으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전북 입장에서는 조직위원회 등 운영본부와 개·폐회식을 유치하고 종목별 운영은 다른 지역에 맡겨도 좋다는 열린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유치 경쟁에 성공할 수 있다. 서울 올림픽 선수기자촌 아파트는 2036 올림픽 유치에 기대를 걸고 벌써 아파트 재건축에 나섰다. 고속철을 비롯한 전국의 철도망과 고속도로 등 정비된 교통 시설을 활용하면 전국 분산 개최가 어려운 과제는 아니다. 경기장과 숙박 등 편의 시설에 과잉투자를 했다가 부담을 키운 다른 지역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전북 주민들의 열망을 올림픽 운영에 반영하는 세부 계획은 유치 성공 이후에 반영해도 충분하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