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직 칼럼] 두 동강 난 국민, 어찌할 것인가
2025-03-12 권순직 논설주간
날만 새면 두 쪽으로 갈라져 험악한 시위가 계속된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이렇지는 않았다.
미증유의 대혼란 상태다. 우리는 단일민족인데 언제부터 이처럼 국민들이 두 동강이 나 ‘두 국민’이 됐는가.
윤석열 대통령 석방을 놓고 야당은 검찰총장을 탄핵해야 한다며 고발하고, 여당은 공수처장을 고발한다.
무슨 일만 벌어지면 여건 야건 고발부터 하고 본다. 고소고발 공화국이다.
거대 야당은 이미 29번의 탄핵을 발의했고, 자기들 주장을 듣지 않는다며 또다시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과 검찰총장을 탄핵한다고 엄포 놓는다.
거칠어진 광장
윤대통령 탄핵 심판을 놓고 찬성과 반대로 갈린 민중들은 연일 시위다. 거칠기 짝이 없는 언사가 난무한다.
만약 헌재가 자신들의 주장과 다른 판결을 내리면 헌재를 박살내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이유야 어쨌든 나빴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다.
다만 여기까지 오게 한 원인 제공자에게도 책임이 적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그래서 과연 이 대통령의 행위가 탄핵 사유 까지 되는가를 놓고 국론이 분열된 게 아닌가.
특히 계엄 이후 정치권이 보이고 있는 국민 분열과 폭력을 선동하는 듯한 언행은 도를 넘었다고 본다. 여건 야건 비슷하다.
검찰이나 법원 헌재의 행위 자체를 자신들의 주장과 다르면 원천 부정하는 행위도 서슴치 않는다. 법치 부정이나 다름없다.
국회의원들의 삭발 단식까지 등장하는 걸 보니 싸움이 갈 데까지 갈 모양이다.
국민 분열, 혼란의 원인은 어디에...
아주 근접한 원인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다. 무슨 이유를 갖다 붙여도 과연 21세기 대명천지에 비상계엄령 선포는 설득력이 약하다.
그렇다고 거야(巨野)엔 책임이 없을까. 29차례에 걸친 탄핵 발의에 따른 국정 공백 초래, 무리한 입법 폭주와 거부권 행사 주고 받기로 비롯된 혼란, 예산 심의 과정에서의 일방통행으로 정부 기능 위축 등등도 계엄 선포와 혼란 초래에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많은 국민들은 생각한다.
좀더 길고 근원적으로 본다면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되고, 의회는 승자독식으로 구성되는 87년 헌법 체제에 오늘의 혼란 원인이 있다는 담론은 이제 주요 어젠다가 되고 있다.
여러 대안(代案)들은 가능한 수단인가
곧 있을 헌재의 대통령 탄핵 결정을 여 야는 물론 국민 모두가 승복하는 일이다. 그러고 나서 정치의 혼란을 수습한다.
법치국가에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나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법부나 헌재에 대한 불신의 골이 너무 깊어져 있다.
사법 불신은 우리 사회가 하루 속히 해소햐야 할 과제다. 사법부의 자정(自淨)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윤석열과 이재명의 동반 퇴장으로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많으나, 자발적인 동반 퇴장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재판 결과가 강제 퇴장을 가져온다면 모를까...
유일한 대안으로 대두되는 건 개헌론이다.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 정치체제를 거두고 다른 대안을 만들자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다.
그러나 이 문제도 이재명 대표가 선뜻 나서지 않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어쨌든 윤 대통령 헌재 선고가 나오면 한동안 우리 정국은 일대 혼란 상태에 진입할 것이다.
문제는 이 혼란을 얼마나 빨리 치유하고 정국을 정상적을 되돌려놓을 것이냐이다.
‘두 국민’으로 분열된 이 나라를 화합으로 이끌어 내야 할 책임은 역시 정치권에 있다. 분열의 가장 큰 책임은 정치권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사회통합의 의무가 정치권에 있다고 본다.
권력을 잡는데만 몰두한다면 이 역사적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가 될 것이다. 권력욕(權力慾)을 내려놓고 역사적 소명에 응해야 한다.
그래야만 ‘나라를 두동강 냈다’는 훗날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