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일 언급되는 ‘개헌’ 논의···지금이 제7공화국으로 갈 ‘골든타임’
2025-03-27 이기봉 기자
다만, 제왕적 대통령제, 지방 불균형 초래 등의 문제가 있어 정치권에서도 여러 차례 개헌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었지만,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모든 상황을 ‘블랙홀’처럼 흡수한다는 지적을 받아 쉽게 공론화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비상계엄과 현직 대통령 탄핵 심판을 겪으면서 개헌에 대한 진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원로 정치인 모임인 대한민국 헌정회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몰고 온 현 상황이 심각하다며 ‘선 개헌 후 대선’을 위해 개헌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대토론회’에서 12·3 비상계엄의 교훈에 따라 반드시 ‘선 개헌 후 대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회장은 “상생·협치·통합의 정치를 만들어가야 할 정치적 숙제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민주적 권력구조를 만들어가는 개헌의 숙제가 있다”며 “12·3 사태에 대한 교훈으로 대통령을 뽑아놨다면 또 (계엄을) 안 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구조만 원포인트로 한다면 30~35일 이내에 개헌할 수 있다”며 “안 되더라도 대통령 선거와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권력구조 개선에 이어 지방분권도 실현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국회 대토론회’에서 지방정부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11년째 3만달러 대에 머물러 있는 국민 소득을 획기적으로 퀀텀 점프시킬 모멘텀이 절실하다”며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지방행정이 지방정부 재량 하에서 이뤄지고,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발전모델을 스스로 채택하도록 하는 것이 개헌안의 골자”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개헌의 ‘적기’라며, 이를 거부하는 것은 내전을 계속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총리는 대구에서 열린 ‘헌법개정 대구경북 결의대회’에서 “전례 없이 극심한 지금의 국민 분열과 혼란의 배경에는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와 사생결단의 투쟁만 일삼고 있는 양당제가 도사리고 있다”며 “이번에도 개헌을 하지 않고 미루면 내전 같은 혼란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란 종식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맡기고 정치권은 국가위기의 수습과 미래의 준비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4년 중임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전제로 책임총리제·양원제 국회 도입, 지방분권의 강화 등 분권형 권력구조의 개헌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도 개헌특별위원회(개헌특위)를 구성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이를 행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헌특위 위원인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4년 중임제에 공감대가 있으나 권력을 어떻게 분산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라며 “총리와 대통령, 행정부와 국회, 중앙과 지방의 권력 분산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개헌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여론도 절반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현행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한지’를 설문조사한 결과 52.4%가 ‘필요하다’, 37.6%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의 56%, 무당층의 54%가 개헌에 찬성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층에서도 47.8%가 ‘개헌 필요’, 45.0%가 ‘개헌 불필요’로 찬반 비율이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타파만을 위한 개헌이 이뤄지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상계엄 이후 정치개혁과 개헌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현재 논의되는 개헌안이 반영된 새로운 헌법이 제정된다면 더 나은 정치환경이 만들어질 것인지에 대해 긍정적 대답이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개헌 논의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권력구조의 변경에만 초점을 맞춘 개헌, 지나치게 급격한 변화를 꾀하려는 태도는 지양돼야 한다”며 “의회제, 이원정부제도 국내 정치환경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고 국민적 동의를 받을지도 불분명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렇게 정치권, 학계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현 상황에서 우리는 제7공화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건설적인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지난 40여년간 현행 헌법 체계에서 발생한 문제를 모두가 인지하고 있었지만, 기득권 세력은 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야무야 넘겼으며 개헌이 거론될 때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공론화를 막아서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실질적으로 개헌을 실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찾아왔다.
이러한 기회를 허비하지 않도록 모든 방안을 열어 놓고 개헌에 대한 의견을 나눠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모두가 합심해 제7공화국으로 나아가는 길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