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채 칼럼] 산불 피해 최소화할 장단기 대응책 절실
2025-03-28 박현채 주필
산림청과 소방청은 헬기를 비롯해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도 고지대와 급경사 지형, 시시각각 바뀌는 강풍 등으로 인해 화재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피해 지역이 워낙 광범위해 항공기까지 동원해 정찰했는데도 산불 영향 구역을 추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번 산불은 발생부터 확산까지 수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젠 봄만 되면 다반사로 겪는 산불을 불가항력적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산불은 기후위기가 얽힌 복합 재난이다. 과거보다 건조한 날이 늘고 바람이 거세지는 등 기후 변화가 심해졌다. 실제로 지난해 1∼4월 강수량은 평년 대비 69%에 불과했고, 건조일수와 강풍특보는 각각 16%와 50% 늘었다.
대형 산불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 변화로 미국과 호주, 일본 등 지구촌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뭄을 심화시키고 이로 인해 바싹 마른 산림에 강한 바람까지 겹치면서 산불이 급속히 확산하기 때문이다. 원인이 실화(失火)이든, 자연발화이든 건조한 날씨 속의 산불은 지진이나 태풍보다 인간의 삶을 더 크게 저하시키는 재해가 됐다.
산불은 점차 대형화하고 진화에 수십 일이 걸릴 정도로 장기화하고 있다. 가용 수단을 총동 원하겠다’는 정부 당국의 공허한 말만으로는 산불에 맞설 수 없다. 기후 재난의 시각에서 접근, 산불을 사전예방하고 불이 났을 경우 조기 진화하는 방법을 신속히 찾아야겠다.
문제는 부주의와 방심이다. 산불이 번지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데도 논·밭두렁이나 쓰레기를 불법으로 태우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둔 시기인 만큼 십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래선 안된다. 심지어 어떤 주민은 갖다버릴 곳이 없다는 이유로 이번 산불로 불에 탄 신발과 가재도구, 폐기물 등을 재차 태우기도 한다. 아마도 정작 본인이 산불을 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안전불감증을 해소하지 않는 한 화마가 덮치는 건 시간문제다.
산불의 강도와 규모가 커지는 만큼 거기에 걸맞는 방재 체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진화 매뉴얼을 근본적으로 재점검, 방재·위험예보 시스템과 재난 대응체계를 보다 촘촘하게 다듬어야 한다. 당연히 진화 장비와 시설도 확충해야 한다.
화재는 ‘골든타임’ 진압이 중요하다. 이번처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이 나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소방인력 출동 소요 시간은 평균 3시간이나 된다. 물론 전국 각지에 산재되어 있는 전문 인력과 장비로 전국에서 발생하는 화재 현장에 투입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효율적인 진화를 위해 산불이 나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모든 유관 인력과 자원을 통합·지휘하는 등 종합적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만 우왕좌왕하지 않고 산불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방화벽을 설치하는 등 산불 확산에 사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기간제로 뽑아 운영하는 진화대원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지역의 고령자들로 구성된다는 점도 문제다. 60대 이상 고령이어서 산불 현장에서의 역할이 제한적이고 전문성이 없어 산불 희생자가 되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산불은 무엇보다도 초동 대응이 중요한 만큼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을 뿌릴 수 있는 초대형 진화 헬기와 산불특수진화차를 비롯해 산불 연기로 인한 가시거리 저하나 강풍 등에 강한 선진 장비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산불 무인 감시 카메라도 확충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유사시 현장 접근이 용이하고 방화선 역할을 하는 임도(林道)를 충분히 만들어야 한다. 또한 내화력이 강한 활엽수를 많이 심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산림 자원을 자원 활용도가 높은 수종으로 바꾸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하겠다.
이와 함께 산불 진화는 물론이고 가뭄 해소와 미세먼지 감소 등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공 강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 번 출동에 대략 250만 원의 비용이 드는 기존 소방헬기가 1억t의 물을 뿌리려면 약 80조 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공 강우는 이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도 한 번에 1억t의 물을 뿌릴 수 있을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이 조기에 인공 강우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할 경우 수츨 증대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투데이코리아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