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치솟는 그래픽카드 가격에 고통 받는 韓 게이머
2025-04-10 김지훈 기자
최근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그래픽카드 가격에 대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는 현재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로, 그래픽카드 가격의 고공행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담고 있다.
실제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카드 ‘RTX 5090’은 물량 부족으로 인해 품귀현상이 나타나면서 시장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이달 3일 기준 한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ASUS GeForce RTX 5090 ROG Astral’의 가격은 739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해당 모델의 엔비디아의 공식 정가는 2749달러(약 400만원)로, 국내에서는 약 1.8배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가격 상승 원인을 두고 그래픽카드 시장의 불투명한 유통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카드가 수입사를 거쳐 대리점까지 가는 과정에서 매점매석과 물량 조절을 통한 가격 부풀리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는 여러 유통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먼저 엔비디아는 자사의 GPU(그래픽처리장치)에 D램 등을 패키징한 기본 제품을 ASUS, MSI, GIGABYE 등 대만 제조사에 공급한다.
이후 제조사들은 해당 제품에 팬과 방열판 등의 부품을 추가하고, 각자의 브랜드 디자인을 적용해 완제품 형태로 선보인다.
이어 국내 대형 IT(정보통신) 유통사들이 이러한 완제품을 사들여 총판 및 중간 도매상에 공급하먀 최종적으로 용산전자상가나 소매점 및 대리점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복잡한 유통 과정 속 중간 마진이 발생하면서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엔비디아의 공급 부족이기에, 품귀 현상은 비단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중국의 대량 사재기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의 GPU 수출 규제가 강화되었고 이에 따라 중국은 그래픽카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중국 보따리상들이 한국 시장의 그래픽카드를 대량으로 사재기하면서 국내 가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부 유통업체들은 그래픽카드를 단독으로 판매하지 않고 완제품 PC에 포함해 판매하는 ‘끼워팔기’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일 기준 한 온라인쇼핑몰에서는 RTX 5090 그래픽카드 탑재된 PC를 11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원치 않는 제품까지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행태로, 가격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이처럼 일부 유통업자들이 물량을 선점해 가격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어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복잡한 유통구조를 해결한다면 가격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ASUS의 한국 수입사인 인텍앤컴퍼니가 중간 유통 과정을 생략하고 RTX 3080 그래픽카드를 도소매업자들이 아닌 쿠팡을 통해 판매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물량이 풀렸던 사례도 있다.
이처럼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유통 구조를 마련할 경우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결국, 그래픽카드 가격 문제는 단순한 수급 불균형을 넘어 유통 구조의 비효율성과 일부 비양심적인 업자들의 시장 교란 행위가 겹친 복합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게이머들에게 있어 그래픽카드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점점 발전하는 게임 산업을 따라잡기 위한 일종의 필수 장비다.
문제는 이러한 점을 무기 삼아 비싼 가격 형성을 유도하고 이를 소비자로부터 받아내려는 현 유통구조가 고착화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게임을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