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채 칼럼] 미래가 걸린 한·미 통상협상 개시

2025-04-25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한국의 미래가 걸린 한국과 미국 간 고위급 통상 협상이 24일 밤(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시작됐다. 우리 측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가 참석했다. 우리 정부의 목표는 관세 파장의 최소화이다. 조선업 협력,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을 주요 협상 카드로 활용, 관세율 하향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통상과 방위비 이슈를 분리, 투 트랙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에 따라 방위비 관련한 안보담당자는 8개 부처 50여 명으로 꾸려진 이번 방미 대표단에서 배제했다.
 
함국 경제는 그야말로 암울하기 그지없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해 말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최악의 대형 산불에 이은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로 지난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2%라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데다 미·중 양국과의 교역 규모가 전체의 40%에 육박, 글로벌 관세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다음 달 경제전망을 수정, 올해 성장률 종전 전망치 1.5%를 대폭 하향 조정할 방침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0%로 크게 낮추었다. 전망치 하락 폭이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컸다. 신흥개도국을 포함해도 멕시코, 태국에 이어 세 번째로 낙폭이 컸다. 심지어 0%대 성장을 전망하는 기관과 투자은행도 JP모건 등 7개에 달하는 등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분기 이후 전망 역시 부정적이다. 정치 불확실성 해소 등으로 내수 부진은 일부 완화되겠으나 미국 관세정책이 예상보다 강도 높게 추진됨에 따라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품목별 관세 25%가 부과되기 시작하자 한국의 수출 급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품목별 관세가 반도체 등으로 확대되고 상호관세까지 부과되기 시작하면 수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IMF는 “지난 1세기 동안 보지 못한 수준으로 미국의 관세율이 높아지고 관세전쟁이 예측 불가능하게 전개되고 있어 경제 성장에 심각한 부정적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단기 및 장기 성장률이 추가 감소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어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자유무역 기반인 ‘브레턴우즈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로 인한 혼란과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상품 무역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 상승에서 –0.2%로 대폭 하향 조정하고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와 그에 따른 파급 효과가 심각해질 경우 세계 상품 무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중 간 관세전쟁이 격화되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7%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감안, 12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이를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추경안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성장률은 고작 0.1%p로 무척 제한적이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추경 규모를 늘리려고 해도 대규모 재정적자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가 걸림돌이다. 비록 성에 차지는 않지만 산불 피해 이재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고 지역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조속한 국회 통과가 요구된다. ‘정치 거래’로 시간을 허비하거나 6.3 대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예산 증대 요구로 추경이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되겠다.
 
경기가 불황일 때는 추경만한 대안이 없다. 하지만 재정·금융정책만으로 저성장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경제의 진정한 회복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함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산업전략 재편이 긴요하다. 일회성 경기 부양 노력보다 구조개혁을 통해 각 경제주체의 기초체력을 보강하고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등 기업이 싫어하는 규제를 가급적 광범위하게 혁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한·미 간 통상 협상이 성공적으로 매듭지어진다 하더라도 미·중 간 갈등이 장기화한다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게 완화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 대국으로서의 책임감을 깊이 인식,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통상 환경을 조성하는데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투데이코리아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