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채 칼럼] 극단적 대결 정치로 혼돈에 빠져드는 한국 경제

2025-05-09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한국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 파면과 국무총리, 경제 부총리의 잇단 사퇴로 국무위원 서열 4위인 이주호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전개되고 관료 사회의 줄서기와 복지부동이 꿈틀거리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비록 6·3 대선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단기이지만 나라의 미래가 걸린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진행되는 중대한 시기인 만큼 허투루 시간이 낭비되어서는 안되겠다.
 
이 대행은 '대대대행' 사태를 두고 "국정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 외교의 ‘올스톱’ 우려가 현실화하는 등 각종 어려움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이 대행은 외교, 안보, 경제 문제 등을 다뤄본 적이 없는 사실상 문외한이어서 복합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의 현 상황을 ”리더십 회전목마“라며 정치적 불안전성이 국제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로이터 통신은 ”임시정부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지난해 계엄 선포 이후 만들어진 현 체제가 안정적이지 못함을 지적했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아시아 제4위 경제대국이 전례 없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주요 외신들은 현 사태를 단순한 인사 사임이 아닌 국가 체제 전반의 혼란 신호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하순 한미 고위급 ‘2+2 통상 협의’에서 관세·비관세 조치와 조선업 협력 등을 논의하고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실무 협의를 거쳐 7월까지 관세 폐지를 목표로 한 ‘패키지 합의’를 도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 전 부총리의 돌연 사퇴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의 ‘핫라인’이 사실상 중단됐다. 또한 대미 관세 국제 공조 차원에서 지난 4일로 예정됐던 한·중·일 재무장관 협의와 제58차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기간 중의 한·일, 한·인도 재무장관 회담이 잇따라 무산됐다.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인 김범석 기재부 제1차관이 최 전 부총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처럼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측과 막 시작한 별도의 환율 협상이 리더십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엄·탄핵 이후의 대외 신인도 유지 노력도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한·미 간 협상이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오는 7월 8일까지 상호 공감대를 이루지 못할 경우 통상협상이 미국의 일방적인 주도 아래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 사이에도 현재 25%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의 대미 수출 피해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또한 13조 8000억원 규모로 확정된 추가경정예산 집행 차질과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 복지부동 행태도 우려된다. 벌써부터 관료 사회는 정치권에 줄을 대며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는 커녕 있던 정책들도 어차피 바끨 것이라면서 서랍 속에 다시 넣어두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정치 현실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 간에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지 오래다. ‘정치는 4류이고 기업은 이류’라고 일갈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말이 회자된 지 어언 30년이 흘렀다. 그런데도 정치는 오히려 후퇴, 정치가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다. 통상협상도 정치적 의지에 달려있다. 정치적 불안은 협상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권력의 속성상, 대결은 필요악이라지만 극단적 대결 정치는 대한민국을 파국으로 이끌 것이 자명하다.

야당은 지금의 ‘대대대행’체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불법 선포에서 비롯됐고 국정운영에 전념해야 할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권에 눈이 멀어 권한대행 자리를 활용해 사전선거운동을 하는가 하면 결국에는 스스로 대행직을 사퇴, 무정부 상태가 빚어졌다고 강조한다. 또한 최 전 부총리도 내란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황이 있는 등 대선을 관리하는 운영자로서의 자격을 상실, 탄핵이 추진됐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여당은 작금의 국정 혼란이 야당의 무모한 탄핵에서 비롯됐으며 더불어민주당은 마은혁 재판관이 이미 헌법재판관 됐는데도 이재명 대선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끝없는 감정풀이식 탄핵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무위원이 2, 3명 정도 더 탄핵된다면 국무회의 소집 자체가 불가능, 입법과 행정권이 모두 민주당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렇게 해서 관세 협상이 불리하게 마무리된다면 그 책임은 오로지 민주당이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경제는 현재 관세 폭탄으로 인한 수출 추락과 내수 침체, 물가 상승 등 각종 악재에 둘러싸여 있다. 북한과의 급변 사태 발생에도 대비해야 한다. 정국 불확실성이 경제·안보 리스크로 번지는 상황을 막으려면 주요 정당들이 즉각 극한 정쟁을 멈추고 정치 복원에 나서야 한다. <투데이코리아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