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칼럼] 부동산 세금이 핵심 과제다

정부 명운 걸린 세제개편에 공약 집중해야

2025-05-16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조기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 공방을 넘어 민생 분야의 여야 대선공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비상계엄과 줄탄핵, 미국의 관세전쟁 선포 등 초대형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올해 1분기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쳤다. 자영업자 폐업과 건설업체 부도가 이어져 민생은 더 이상 기댈 곳 없는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각종 공약도 벼랑 끝에 몰린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긴급 처방에 집중된다. 전 국민을 위한 지원금이냐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에 집중하는 선별 지원이냐를 놓고 논쟁이 치열하다. 정작 시장경제를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자생력을 되살리는 처방에는 집중이 덜하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게 하려면 소비 진작을 노린 일회성 지원금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 시장경제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세제개편과 수익성 제고가 따라야 한다. 돈이 될 만한 곳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도록 규제를 혁파하고 과도한 세금을 깎아주어야 한다. 수요가 충분하면서도 돈줄이 가장 말라 있는 분야가 부동산으로 지목된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대기 수요가 늘 몰려 있지만 당국은 경쟁 과열로 인한 집값 폭등을 우려해 각종 규제를 거듭하고 다주택자 중과세로 시장 기능을 제어하고 있다. AI(인공지능)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대한 지원은 기업투자와 인재 양성을 위한 기반 시설, 제도에 집중할 단계에 있다. 아직 인위적인 규제를 풀고말고 할 단계는 아니라는 말이다.
 
부동산 정책을 돌아보면 세금 중과를 포함한 규제 강화로 시장 안정에 효과를 본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외환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회생을 추진했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미분양이 쌓여 줄도산이 이어지던 건설업계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감면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에 힘입어 숨통을 돌렸다. 노무현 정부 들어 건설경기 과열로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등 세금 폭탄을 퍼부어 시장 제압에 나섰다. 그러나 공급 확대를 외면하고 세금 보복에 집착한 결과 정부의 실패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서둘러 대처하기 위해 종부세를 비롯한 부동산 세금을 대폭 완화하는 정책과 함께 민간 부문을 통한 공급 확대에 주력했다. 박근혜 정부도 비슷한 정책 기조를 이어가 부동산 시장이 대체로 안정세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은 다시 강경한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집값을 잡겠다며 금융 규제를 거듭 내놓으면서 다주택자 세금 중과에 이어 임대차 3법 도입과 공시가격 인상 등 시장을 뒤흔드는 조치를 퍼부었다. 그래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폭등하기에 이르렀고 끝내 집값 통계를 102회 조작해 안정을 강변하려 했다는 의혹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는 문 정부의 실패를 거울삼아 다주택자 중과세와 상속세 완화 등에 나섰으나 여소야대 국회에 막혀 한계를 보였다.
 
시장 기능을 통한 투자 확대가 바람직
 
더불어민주당도 문 정부 당시 부동산세 강화와 시장 규제가 정권 재창출을 가로막은 가장 큰 요인이라고 인식하는 듯하다.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후보는 얼마 전부터 실용주의를 내세워 규제보다 기업 성장과 시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일단 말로는 선회를 예고한 셈이다. 다만 아직 문 정부와 확실히 차별화한 부동산 세제와 규제 완화를 담은 공약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보지 못했던 당내 투쟁과 반전에 반전을 거쳐 나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아직 숨고르기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부동산 세제는 늘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뿐 아니라 경제회복에 직결하는 유효한 정책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각 후보 진영이 지금 공약을 더욱 구체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 다주택자 세금 중과에 묶여 있는 자금을 유통시장에 공급하고 이를 통해 미분양 주택 및 상가 거래에 숨통을 트이게 하면 재정을 퍼붓지 않고도 경제 회생에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일자리를 만드는 과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추경 편성을 통한 국민 지원금 발상에 골몰할 게 아니라 시장경제 활성화를 통해 민간 투자 확대를 촉진하는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유권자도 그런 역량을 지닌 후보를 선택하리라 믿는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