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직 칼럼] 정권 교체기, 짜증나는 단골 메뉴들
2025-06-25 권순직 논설주간
정권 교체기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메뉴들 –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는 후보자들의 온갖 부동산 투기를 비롯한 비리와 비위, 그들의 지위를 이용한 아빠 찬스 들 ...
여기에다 정치 보복성 정쟁, 알박기 인사 후유증 등등이 대표적 단골 메뉴다.
국민 들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공방으로 새로 출범한 정권에 허니 문(Honey moon)도 허용되지 않는 게 우리 현실이다.
내로남불을 보는 인사 청문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공직자 인사 검증 책임자로 임명된 오광수 민정수석이 온갖 부동산 투자 관련 의혹으로 낙마했다.
부동산 문제는 병역, 아빠 찬스 등과 함께 일반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다.
고위 공직자라면 이 부문에서 고도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정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망을 얻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정권 초기 체면을 구기면서도 오광수 수석을 서둘러 물러나게 한 것이리라.
김민석 총리 후보자에 대한 야당과 언론의 검증도 신랄하다. 부동산 문제, 출납이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금전 문제, 아빠 찬스 문제 등이 이슈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민감하다. 지도자 연 하는 사람들은 입만 열면 부동산 투기는 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청문회 대상만 되면 왜 그리 부동산 관련 의혹이 많은지..그런 사람일수록 입으로는 투기 해선 안된다고 말한 과거의 기록들이 쏟아진다.
청렴하게 살아왔음 직한 정치인, 그런 걸 유독 강조하던 사람일수록 의혹이 많다. 이른바 내로남불이다. 오죽했으면 ‘강남 좌파’란 말까지 나왔을까.
아빠 찬스의 대표적 사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다. 이번 김민석 총리 후보자도 이 논란에서 비켜나가진 못했다.
아빠 찬스 이슈는 부동산 문제 못지않게 서민들에겐 아주 민감한 사안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의 자녀가 아빠 찬스로 남보다 수월하게 좋은 대학에 간다면 열불 나는 일이다. 불공평의 대명사다.
사라져야 할 정치 보복
과거 정리, 적폐 청산이라는 명분으로 과거 정권의 갖가지 정치 보복이 행해졌음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 정권은 ‘내란 종식’을 아주 중요한 정책으로 삼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는 엄중히 단죄 받아 마땅하다. 향후 재판을 받고 죄 값을 받을 것이다.
사실 윤석열을 엄중 처벌하면 이른바 내란은 대충 정리되는 것이다. 이 문제로 국력을 낭비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토록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아니겠는가.
보복성, 분풀이성 정치 보복으로 1년 2년씩 행정력 국력을 낭비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짜증나게 하기보다는 협치 타협 통합에 더 주력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김대중이나 만델라 같은 통 큰 포용과 아량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플럼 북을 도입할 때다
정권 교체기에 또 어김없이 나타나는 일이 전 정권의 알 박기 인사와 새 정권의 퇴진 압력, 그리고 버티기다.
정권 말기에 임기가 끝난 중요 직책 인사를 단행하는 이른바 알 박기 인사는 문제가 많다.
긴박한 사안이 아닌 한 다음 정권으로 임명을 미뤄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문제다.
한편으로는 업무 영속성과 독립성 등을 고려한 임기직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무리하게 교체하려는 것도 문제다.
물러나지 않고 버틴다고 신용카드 사용 실적을 뒤진다느니 뭐니 하는 추태를 우리는 자주 보아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부의 무리한 알 박기 인사, 새 정부의 퇴진 압박을 막기 위한 플럼 북(plum book) 제도의 도입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 제도를 시행 중인 미국 예를 보자. 미국은 새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9000여 개의 공공기관을 비롯한 연방정부의 직책과 임기, 자격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플럼 북을 4년마다 대선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공개한다고 한다.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임기가 보장되는 자리, 정권이 교체되면 자동적으로 물러나야 하는 직책을 확실하게 구분한다.
우리 국회도 수년 전 이를 참고로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과 직책을 명확히 하고, 임기도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는 등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논의하는 시늉 내고 그냥 내팽개쳐 놓은 상태다. 적극 추진할 일이다. 내 편 챙기기, 보은 인사가 빚는 행태의 피해는 오로지 국민 몫이다.
자, 강 건넜으니 뗏목은 버리자
강 건넜으니 뗏목 버리라는 말은 참 어려운 말이다. 각종 공약을 내걸고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애걸할 때는 언제고, 당선 됐으니 약속을 파기하라는 말이니 힘든 선택이다.
그러나 여느 대선이건 끝난 뒤엔 등장하는 단어다. 수조 원, 수십조 원, 수백조 원씩이 소요되는 선거 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다가는 나라 곳간 백 개 있어도 모자랄 판이다.
공약 믿고 표 찍어준 유권자에 대한 배신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나 이 약속은 선별에 선별 과정을 거쳐 포기할 용기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공약 포기나 이행 연기 사유 등을 소상히 설명하고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해 후보 시절 제시한 247개의 세부 공약을 정리, 오는 8월쯤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지킬 것은 지키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는 대통령의 용기가 필요하다. 욕 먹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