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직 칼럼] 한 단계 더 성숙한 사회를 기대하며

2025-07-09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이재명 대통령 취임 한 달이 지났다. 이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이 국민 관심사다. 그의 발언에, 추진하는 정책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취임 한 달의 이 대통령에 관한 글을 쓰려는 필자에게 주변 인사가 들려준 말은 “지금 쓰면 李(龍)비어천가가 될텐데...”였다.
 
좋은 말, 칭송 일변도의 용비어천가를 빚댄 말이다. 그만큼 이 대통령의 취임 한 달은 흠 잡을 데가 많지 않다는 뜻을 함축한 말이다.
 
심각한 민생 챙기기에 집중하는 모습, 야당이나 반대 세력과 첨예하게 맞서는 이슈는 일단 보류, 야당과 협치하려는 노력 등등은 그런대로 긍정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여진다.
 
거야(巨野)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여(巨輿)

 
거대 야당에서 거대 집권 여당으로 바뀐 더불어민주당이 전환기라서 그런지 도처에서 거여(巨輿)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
 
한 단계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바로잡아야 할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거야(巨野) 시절의 입법 독주, 입법 횡포를 계속 이어갈 태세다. 이른바 방송3법을 비롯, 상법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등등을 야당과 충분한 협의 없이 몰아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 법안은 대선 공약이기도 하니 추진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 내용을 놓고 많은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거여 집권 여당 답게 이해 당사자는 물론 전문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충분히 의견을 수렴 해가며 추진해야 한다
 
야당이라면 몰라도 여당인 민주당의 입법 독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야당인 국민의힘이 그런 협치 분위기에 쉽게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노력할 일이다.
 
인사청문회도 수준 이하다. 과거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여대 야소 국면에서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보지만 도무지 하세월이다.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부동산투기 의혹, 논문표절, 아빠 찬스 논란, 소득 흐름의 불투명, 이해 충돌 소지가 있어 보이는 활동 등이 불거져도 충분한 해명이 없다.
 
수준 이하의 장관 인사 청문회
 
야당이나 언론의 의혹 제기에 명확하게 해명하면 될텐데, 어물어물 넘어간다. “청문회에서 말하겠다”고 얼버무린다.
 
떳떳하다면 청문회까지 갈 게 뭔가. ‘김민석 총리 청문회 효과’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그냥 시간 끌면서 며칠 청문회 넘기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사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장관 후보자들에 관한 의혹들은 주로 농지 및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직위를 이용한 이권 관련 이해 충돌 의혹, 자식들을 위한 편법 등이다.
 
이런 것들은 과거 민주당이 야당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결격 사유로 강력 주장해온 사안들이 아닌가.

그래놓고 자기들이 집권한 뒤 별거 아니라고 우기는 내로남불을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몰(沒)염치의 대통령실 특활비 부활
 
추경 임시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특수활동비(특활비) 105억 원을 부활시켰다. 특활비는 대통령실 41억2500만원, 감사원 7억5900만원, 법무부 40억400만원, 경찰청 15억8400만원 등이다.
 
6개월 전 윤석열 정권 시절 민주당이 앞장서서 대통령실 등의 특활비를 ‘깜깜이 예산’이라며 전액 삭감했었다.
 
이때 이재명 대표는 “쓸데없는 예산”이라며 삭감을 지휘했다 .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특활비를 삭감했다고 국정이 마비되느냐”며 여당을 몰아세웠다.
 
자, 이제 위치가 바뀌니 정부가 제출한 추경 예산안에도 없는 특활비를 민주당 주도로 끼워 넣어 부활시켰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을 한 것이다. 전 정권에선 “쓸데없는 예산”이 자기들 정권에선 “필요한 예산”으로 변신한다.
 
야당은 곧 “후안무치(厚顔無恥)하고 내로남불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두고 두고 남을 창피한 일로 기록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 박찬대 의원 등 당시 특활비 전액 삭감 지휘자들이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 일이 아닌가.
 
그뿐인가. 민생을 위한 추경 예산 과정에서 의원들은 2조원에 달하는 지역구 예산을 편성했다. 상당액의 끼워넣기 예산들이 포함된다.
 
본래 없었던 예산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슬쩍 끼어들었다면 편법이다. 골목마다 의원들은 자기가 예산 따왔다는 현수막을 내건다.
 
조심스러워야 할 상황들
 
대통령도 무관치 않을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의 대북 송금 관련 대법원 판결까지 다시 들여다 보자는 게 민주당이다
 
검찰도 대법원도 못 믿겠다는 것. 자기들에게, 특히 자신들에게 불리한 건 모두 부정한다. 국가 시스템 자체의 부인 아닌가.
 
이 대통령의 최근 “임명된 권력은 선출된 권력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대통령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 그리고 1차적으로는 선출 권력으로부터 국민주권이 실현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선출된 권력으로부터 다시 임명 권력이 주어진다”며 국회 등 선출 권력이 행정부와 사법부 등 임명 권력보다 우선한다고 설명한다.
 
선출 권력을 존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입법부가 행정부나 사법부보다 상위라는 개념은 견제와 균형을 이루라는 3권 분립 민주주의 원칙과 상관지어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덧붙이자면, 도저히 국민 수준과 동떨어지게 저질인 일부 국회의원들 까지 존중하고 존경해야 하는지의 판단은 국민 몫이다.
 
거야 아닌 거여 답기를 기대한다
 
거대 여당은 입법 폭주를 멈추고 야당과 협치에 나서야 한다. 도탄에 빠진 야당과의 대화 협치가 당분간 어렵겠지만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정권 지지자가 50%라면 반대 세력도 40%를 넘지 않는가. 40%가 결코 적지 않은 국민임을 명심할 일이다.
 
국민에게 점더 진솔해야 한다. 예컨대 특활비 건만 해도 부활이 당연하다. 6개월 전 자신들이 필요 없는 것이라며 없앴던 걸 부활했으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솔직하게 잘못 시인하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고 어물어물 넘어가면 역사에 남을 오점(汚占)으로 기록될 것이다.
 
고위직 인사 문제도 최소한의 몇 가지 원칙을 국민들에게 약속하고 지켜줬으면 한다.
 
부동산 투기라든지 탈세, 공직자로서 해선 안될 이해 충돌 행위 등을 결격 사유로 천명하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고위 공직을 맡겨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5년 뒤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다면 그에게 남아있는 사법 리스크는 소멸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다면 사법 리스크 문제가 되살아날 우려도 없지 않을 것이다.
 
부디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국가와 국민이 편안해지길 기대한다. 다만 성공을 위해 포퓰리즘 정책이나 팬덤 정치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면 국가 백년대계와는 다른 길임을 명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