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채 칼럼] 정권 바뀔 때마다 널 뛰는 조세 정책
2025-08-08 박현채 주필
이재명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부족한 세수 확보를 위해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단행한 감세를 대부분 원상 복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첫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이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 법인세 최고세율이 2022년 수준인 25%로 환원된다. 또한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되돌려진다. 현재는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만 주식 양도세를 내는데, 앞으로는 10억 원 이상 보유자도 세금을 내도록 강화된다. 이 역시 전임 정부의 완화분을 그대로 복구하는 조치다.
하지만 이같은 당정의 세제 개편안이 공개되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대미 협상 결과 상호관세율 합의가 기대에 못 미쳐 주가가 폭락한 탓도 있지만 세제 개편안이 더 큰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코스피 5000시대를 열기 위해 증시 활성화에 나설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투자자의 세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 발표되자 실망 매물이 대거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국회 전자청원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에 관한 청원’도 14만 명 선을 넘어섰다.
감세 조치의 원상복구 배경은 세수 악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입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 건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등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본격화하면서 복지지출과 의무지출 예산이 급증하고 국채이자 부담이 늘고 있다. 게다가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하고 공급망이 재편되는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재정 수요가 대두되고 있다. 출산율 반등과 기후위기 대응 등 각종 사회구조 개혁과 안전 소요도 증가 추세다.
이런 상황 속에 내수경기마저 죽을 쑤고 무리한 감세 정책까지 더해지다 보니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나면서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게다가 지출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민생 등 제반 정책의 차질 우려를 낳는다. 긴축으로 약자 복지 강화와 저출생 대책, 의료개혁, 청년의 미래 도약 지원, 지역 교통 격차 해소, 선도형 연구개발(R&D) 개혁, 반도체산업 초격차 확보 지원 등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수 기반을 소요 증대에 걸맞게 매칭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특히 '적극재정' 기조를 내세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입 기반 확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조세제도는 새 정부가 탄생할 때마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과도한 증세는 오히려 경제 활력을 떨어뜨려 세수감소 부메랑으로 돌아와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고 주식시장에 대한 증세 기조도 모처럼 살아난 증시 부양 기대를 꺾어버릴 소지가 적지 않다.
모름지기 조세정책에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공정, 공평, 효율이다. 또한 세금은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무리하게 인위적으로 쥐어짜는 징벌적 과세가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현금납부가 불가능해 세금을 주식으로 물납하는 사례가 폭증, 이를 관리할 ‘물납관리청’이 필요하는 얘기나, 손대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어물쩍 넘어가 세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용어가 나돈 지 오래다.
세금이 만능수단으로 생각되거나 인기를 끌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율을 인상하면 당연히 단기적으로 세수가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세율을 인상하더라도 오히려 세수가 더 많이 걷힐 수 있다. 이것이 세금이다.
요즙 우리 사회에서는 감세를 할 때 감세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고 '부자 감세‘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나도는 것도 큰 문제다. 부자들은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감세 정책을 펼치면, 당연히 금액 기준으로 서민보다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된다. 어떤 산식을 동원하더라도 서민이 부자보다 금액 기준으로 더 많은 감세 혜택을 보도록 설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권에서는 득표를 위해 이런 구호를 동원, 국민들을 현혹시킨다. 이것이 현실이다. <투데이코리아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