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직 칼럼] 정치권의 추석 선물 --- 수취인이 없다

2025-10-09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은 손자는 엄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댁을 찾는다. 도착 한 시간 전부터 동네 어귀에 나와 기다리는 할아버지.

 드디어 도착한 손자는 100m 달리기 선수다. 할아버지 품에 안겨 볼에 뽀뽀, 할아버지는 손자 몸뚱이가 으스러져라 껴안는다. 

 긴 긴 추석 연휴, 서울역 용산역엔 귀성객으로 붐빈다. 연휴 시작전날 퇴근하는 직장인들 손에는 과일이며 쇠고기 영양제 등등 선물 꾸러미가 가득하다.

 민족 최대 명절을 맞는 시장 곳곳엔 송편이며 과일 전을 사려는 주부들로 북적인다. 
 
 조상님께 차롓상 올리고, 시골 부모님 찾아 뵌 뒤엔 평소 바빠 못가본 곳 관광도 할 참이다. 이렇게 설레며 기쁜 마음으로 명절을 맞는 서민 삶은 소박하다. 서로 주고 받는 선물에 정이 듬뿍하다.

정부 여당이 보낸 추석 선물

 추석 한참 전부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대표는 추석에 국민들에게 큰 선물 주겠다고 약속했다.

 선물 보따리 살펴보자. 맨 먼저 약속했던 검찰개혁.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만들어진 검찰청이 78년 만에 1년 뒤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검찰 수사 기능은 행안부 산하 중수청으로, 기소 권한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으로 이관된다. 이게 국민들에게 무슨 추석 선물일까.

 선물 받았어야 할 국민들은 도무지 실감이 안난다. 개선인지, 개악인지 정치권 학계 법조계가 갈려 주장하는 걸 들어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여당은 어마어마한 일을 해냈다며, 국민들에게 큰 선물 주었다고 자랑한다. 선물 보냈는데 수취인은 없고, 반갑지도 않다. 

 불과 며칠 전까지 국무위원급이던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수갑 찬 모습으로 체포되는 영상이 국민들 추석 밥상에 올랐다.

 법원이 석방하긴 했지만 중죄인도 아니고 도망갈 처지도 아닌 그를 추석 직전에 수갑 채워 체포한 것도 추석 선물일까. 

 진짜 추석 선물은 국회의원들이 받아갔다. 추석 앞두고 국회의원 298명 통장에 424만7940원씩이 입금됐단다. 명절 휴가비 명목.

 올해 직장인들의 추석 보너스는 평균 63만원정도. 그러니 의원님들은 직장인의 7배 가까운 보너스를 챙겼다.

국회의원이 직장인보다 7배 일 더 했을까 

 양심 살아있는 의원도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긴 추석 연휴는 더 슬프고 버거운 이웃들에게는 오히려 고통의 시간”이라며 “명절 휴가비를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겠다”고 했다.

 김의원의 이 얘기가 언론에 나간 날 신문 한 켠엔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가 50억원을 기부해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 전문 치료센터인 ‘민윤기치료센터’(서울 세브란스)  문을 열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한 일도 별로 없이 국민 지탄만 받는 국회의원 명절 떡값 소식과 대조를 이루는 젊은이의 이 기부를 함께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내년 추석엔 서민 눈물 닦아주는 선물 바란다

가게 문을 열어도 파리 날리는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알기나 하는가.  자고 나면 뛰는 생필품 물가에 허리 휘는 서민들 삶을 쳐다보기나 하는가.

 취업난에 힘들어 하는 청년들의 가슴 앓이를 국회의원들은 어루만져줄 생각이나 하는가.

 수취인도 불명이고, 반가워 하는 이도 별로 없는 것을 선물이라고 우기지 마세요.

 내년 추석 땐 제발 국민들이 반기는 선물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