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마주한 美中 정상···시진핑의 화해 제스처에 미중 협력 재가동 신호(종합)
2025-10-30 진민석 기자
시 주석은 30일 부산 김해공항 공군기지 내 접견장인 나래마루에서 열린 회담 모두발언에서 “여러 바람과 역풍, 도전에 직면하더라도 미중 관계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은 서로 다른 체제를 갖고 있지만, 협력과 상생이 가능하다”며 “중국의 발전과 부흥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목표와 상충하지 않는다. 양국은 함께 번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은 파트너이자 친구가 돼야 하며, 이것은 역사가 주는 교훈이자 현실의 요구”라며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중미 관계의 굳건한 토대를 다지고 양국 발전을 위한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또 “며칠 전 양국의 경제·무역 협상팀이 각자의 주요 관심사를 다루는 데 기본적 합의를 이뤘고 고무적인 진전을 거뒀다”며 “오늘 우리의 회담은 그러한 협의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지난 25~2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고위급 미중 무역협상에서 양국이 관세전 확대를 피하기로 공감대를 이룬 뒤 나온 것으로, 그 구체적 방향을 확인한 셈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협상 직후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유예하고, 미국도 다음 달 1일로 예고한 100% 추가 관세 부과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2년 가까이 이어진 미중 무역 갈등이 부분적으로 진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 주석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만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재선 이후 세 차례 통화하고 여러 서한을 주고받으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언급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평화에 진심이고 여러 분쟁 현안에 관심이 깊다”며 “가자 휴전 협정에 기여했고, 태국·캄보디아 국경 협정을 도출하는 데에도 역할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중국 역시 동남아 지역에서 갈등 완화를 위해 기여하고 있다”며 “양국은 주요 국가로서 전 세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공동의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는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허리펑 부총리,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이 배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함께했다.
시 주석의 이번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경색됐던 미중 관계가 점진적으로 안정 궤도에 들어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는 “양국이 다시 협력의 길로 돌아선다면 세계 경제에도 안정이 찾아올 것”이라며 “미중 관계가 계속 앞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시 주석은 2박 3일 일정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11월 1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본 현지 언론은 오는 31일 시 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회담이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으나, 중국 외교부는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