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사 놓고 中·日 설전 격화···다카이치 총리 “발언 철회 없다”
2025-11-10 진민석 기자
일본 정부는 “외교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하다”며 중국 측에 공식 항의했다.
10일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전날(9일) 엑스(X·옛 트위터)에 일본어로 올린 글에서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는 일본의 일부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며 “중일평화우호조약과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 합의에 대한 정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패전국 일본이 승복 의무를 저버리고 유엔 헌장의 적국 조항을 망각한 채 대만 문제에 개입하려 한다”며 “그런 행위는 민족적 궤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최소한의 이성과 준법정신을 회복해 다시 패전의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쉐 총영사는 또 다른 글에서 “대만 유사를 일본 유사로 간주하는 인식은 중국의 내정에 대한 명백한 간섭이며 주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산케이신문은 또 쉐 총영사가 앞서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その汚い首は斬ってやるしかない)”는 표현이 담긴 극단적 게시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재외공관장이 공개적으로 타국의 정치지도자를 모욕한 것은 극히 부적절하다”며 “외무성과 주중 일본대사관을 통해 강력히 항의하고, 해당 글의 삭제와 설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다만 쉐 총영사의 추방 여부에 대해서는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악화하는 중일 관계의 긴장을 다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하원)에서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일본 안보 법제상 자위대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매우 놀랐다. 발언 수위가 과도하며 국제사회에 불필요한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전 총리들은 대만 관련 발언에서 일정한 수위를 지켰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는 같은 날 국회 질의에서 “발언을 철회하거나 수정할 의사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작년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도 “중국이 대만을 해상 봉쇄할 경우,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올해 4월에는 의원 신분으로 대만을 직접 방문해 ‘친(親)대만’ 행보를 이어왔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 다카이치 총리의 이 같은 행보는 일본 안보노선의 변화를 상징한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