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발언에 日 내부도 긴장···“대만 유사시 언급은 선 넘은 외교 리스크”
2025-11-11 진민석 기자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다카이치 총리가 국회 질의에서 구체적 사례와 자위대 행동을 직접 연결해 언급함으로써 상대국에 속내를 드러냈다”며 “이는 억지력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낮출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처럼 공개석상에서 구체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언급하면 침략을 검토하는 상대에게 판단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며 “답변에 스스로 묶여 실제 상황에서 유연한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중국이) 전함을 동원해 무력 행사를 수반한다면 이는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발언했다.
‘존립위기 사태’로 판단되면 일본은 헌법상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본 현직 총리가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자위권 발동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닛케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전함’(戰艦)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에 주목했다. 이날 신문은 “현대전에서 전함의 전략적 비중은 크지 않다”며 “이는 방위성이 사전 준비한 공식 답변이 아니라 총리 개인의 판단이 반영된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부터 강경 보수·친(親)대만 인사로 분류돼 왔다. 그의 이번 발언은 중국의 반발을 즉각 불러왔다.
특히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 표현을 올리며 강력히 반발했고, 일본 외무성은 즉각 항의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10일) 열린 국회에서 “기존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특정한 경우를 가정해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신중히 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정부 내에서 ‘속내를 너무 일찍 드러냈다’는 위기감이 퍼진 결과”라고 보도했다.
방위성 관계자 역시 “미국조차도 대만 대응에 대해 명확히 말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며 “역대 총리처럼 애매한 표현으로 남겼어야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진보 겐 게이오대 교수는 “국회 논전이 미일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는 효과는 있지만, 중국이 이에 맞춰 단계적 도발 시나리오를 세운다면 일본의 국익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언어 선택 하나하나가 외교적 신호가 되는 만큼 발언에는 정밀한 계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산케이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쉐 총영사의 폭언은 외교적 결례를 넘어선 야만적 행위”라며 중국 측의 사과와 경질을 요구했다.
그러나 마이니치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시원시원한 언변으로 보수층의 인기를 얻어왔지만, 준비되지 않은 발언은 외교적 불씨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대만 해협 유사시 미군이 일본 내 기지를 활용할 경우 중국의 보복 공격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집단 자위권 발동을 전제로 한 방위 시나리오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