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용자가 이자 더 낸다···은행권, 대출금리 ‘역전’ 현상 나타나

2025-11-17     서승리 기자
▲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사진=투데이코리아
투데이코리아=서승리 기자 | 일부 은행에서 저신용자 대비 고신용자의 금리가 더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혼합형)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93~6.06%로 집계됐다.
 
은행권의 혼합형 금리 상단이 6%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23년 12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두 달여 전인 지난 8월과 비교해봐도 상단이 0.514%포인트, 하단이 0.470%포인트 올라갔다.
 
이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상승한 영향이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0.563%포인트 상승한 3.399% 까지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표 금리인 코픽스는 0.01%포인트 상승에 그쳤으나,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조로 은행들이 인상폭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대출 금리 상승 배경에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도 시장 금리가 상승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시장에서는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방향 전환 여부까지 새로운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해당 발언을 금리 인하 정책의 중단 가능성으로 해석하는 등 서울 채권시장에서 1년물을 제외한 모든 만기의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기도 했다.
 
이처럼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신용점수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금리 역전’이 발생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의 지난 9월 신규 가계대출 기준 신용점수 601~650점대 금리는 연 6.19%로 집계됐다. 이는 600점 이하(5.98%)보다 0.1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에서도 같은 신용점수 구간에서의 금리차는 각각 0.23%포인트, 0.40%포인트로 신용점수가 높은 구간이 더 높은 금리를 나타냈다.
 
이는 주요 은행들이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에 맞춰 취약 차주들을 대상으로 금리 인하 조치를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KB국민은행은 최근 ‘새희망홀씨Ⅱ’의 신규 금리를 기존 10.5%에서 9.5%로 인하했으며, 개인사업자·신용대출 장기분활 전환 등 채무조정 상품의 금리를 기존 13%에서 9.5% 까지 낮췄다.
 
금융위는 이번 주 중 금융지주사를 소집해 포용금융과 관련된 계획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현재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는 향후 5년 간 포용금융에 약 70조원 규모의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이를 통해 저소득·저신용자의 이자 부담 경감 등 포용금융을 실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화되는 경우 성실 상환자들에 대한 형평성이 떨어지고 대출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포용금융 확대 기조가 은행권의 대출금리 산정 정책에 어느정도 영향을 줘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여진다”며 “은행권도 포용금융의 필요성에 공감하고는 있지만, 장기화되는 경우 금융 시장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차주별 금리 산정 방식 등 결정에 있어 정책적 균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