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미군 주둔 허용’ 개헌안 국민투표서 부결···노보아 구상 좌초
2025-11-17 진민석 기자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Reuters)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외국 군사 기지 또는 군사 목적시설 설치 금지 규정을 폐지하고, 국내 기지를 외국군에 일부 양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의 개헌안에 대해 개표율 약 90% 기준 유권자의 약 3분의 2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개헌안은 지난 2023년 11월 취임한 중도우파 성향 노보아 대통령이 마약 밀매 카르텔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군의 역할 확대와 함께 추진해 온 정책과 직접 연결돼 있다. 그간 그는 미군 재주둔을 통해 치안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에콰도르는 2008년 좌파 라파엘 코레아 전 정부 시절 외국군 주둔 금지를 포함한 개헌을 단행해 해안 도시 만타의 미군 기지를 폐쇄했고, 미군은 이듬해 완전히 철수했다. 비교적 안정된 국가로 평가받던 에콰도르는 이후 마약 조직 간 충돌이 잦아지며 주요 도시에서 폭력 사건과 정치인 대상 테러가 급증했다.
그러나 국민투표에서 미군 기지 재유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노보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약 밀수 선박 공습 작전을 지지하는 등 친(親)트럼프 노선을 보이며 개헌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현지 유권자들은 주권 침해 우려를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70세 유권자 리카르도 모레노 씨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 “우리 권리를 포기하고 주권을 트럼프에게 넘기려 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날 함께 실시된 다른 개헌안들도 상당수가 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표율 약 88% 기준 제헌의회 소집안은 61% 이상 반대로 부결이 확실시되며, 국회의원 정수 축소안과 정당 보조금 철폐안 역시 통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보아 대통령은 현행 헌법이 “국가의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헌법 개정을 주장해 왔다. 그는 개표 상황이 공개된 뒤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 국가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