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서 엡스타인 문건 공개 법안 압도적 통과···트럼프, 지지율 30%대 추락

2025-11-19     진민석 기자
▲ 지난 9월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인근 내셔널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을 희화화한 풍자 작품이 반트럼프 시위의 일환으로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미국 정치권이 ‘엡스타인 파일’ 공개 법안을 사실상 초당적으로 밀어붙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범죄 은폐 의혹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동시에 생활물가 악화와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대 중반으로 떨어지며 집권 2기 들어 최대 정치적 압박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Reuters)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건을 전면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찬성 427표, 반대 1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로 카나 민주당 의원과 토머스 매시 공화당 의원이 공동 발의한 것으로, 공화당 의원 거의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유일한 반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성향이 강한 공화당 클레이 히긴스 의원이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하루 만에 “서명하겠다”로 선회했다. 그는 “엡스타인 문제는 민주당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며 자신과의 관련성을 일축했다. 백악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 중에도 “엡스타인을 오래전에 클럽에서 쫓아냈다”며 무관함을 재차 강조했다.

엡스타인 파일은 엡스타인과 각종 유명 인사의 교류 내역이 담긴 수사 문건으로, 일부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엡스타인의 성범죄 의혹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이 문제는 법무부가 올해 여름 파일 비공개 입장을 유지한 뒤에도 미국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쟁점화돼 왔다.

여론 악재도 겹쳤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14~17일 성인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3%포인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8%로 집계돼 재집권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 초와 비교해 2%포인트(p) 떨어진 수치이며, 1기 최저치(33%)에 근접했다.

특히 응답자의 70%가 “트럼프 행정부가 엡스타인 관련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60%가 같은 의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물가 대응 평가 역시 긍정 26%, 부정 65%로 격차가 컸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엡스타인 문건 공개가 현실화할 경우, 정치적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경제 지표에 대한 상대적 낙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 하락(sagging popularity)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을 취약하게(vulnerable)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